외교부 "日 기업 배상기금 참여는 당분간 기대 안 해"
정부 해법에 국민 59%가 "반대"…"조만간 달라질 것"
피해자 포괄적 보상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 본격화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10일 "양국 경제계에서 논의 중인 가칭 '미래기금'에 일본 피고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강제동원에 관여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피해자 배상에는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다른 성격의 재원을 조성하는 과정에는 얼마든지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당국자는 이날 국내 주재 외신기자들과 만나 '한일 양국 간 미래를 위한 기금에 일본 피고기업의 지원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6일 일본 방문에 맞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17일 도쿄 회동을 통해 공동기금을 조성하고 양국 청년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간 강제동원 배상을 거부해온 미쓰비시를 비롯한 일본 전범기업들도 이 자리에는 참석할 전망이다.
이 당국자는 "피고기업들이 (행정안전부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여하는 건 당분간 기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다만 (피고기업이 기금에 참여할) 문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기업이 얼마든지 돈을 낼 수는 있지만, 강제동원 책임이나 피해자와의 연관성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앞서 6일 대법원에서 2018년 패소한 일본 전범기업 대신 우리 기업들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를 해법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조치'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내 여론도 부정적이다. 한국갤럽이 8, 9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가 정부 해법에 대해 '일본의 사과와 배상이 없어 반대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앞으로 원고(피해자)들이 판결금을 수령하는 등 상황이 진전되면 여론도 해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별법 논의, 보상 대상·금액 등이 쟁점
일본 기업을 상대로 승소 판결을 받지 못한 피해자 보상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이날 재단은 첫 자문회의를 열고, 앞으로도 매달 두 차례 만나 논의를 진전시키기로 했다.
특별법의 최대 쟁점은 보상 범위에 달렸다. 정부가 접수를 받아 파악한 강제동원 피해자는 21만8,000명에 달한다. 이 중 정부 위로금을 받기 위해 12만2,962건의 신청이 이어졌으며 1975년과 2007년 7만7,798건에 대해 보상금과 지원금을 지급했다. 따라서 당시 지원받지 못했던 피해자(유족)들이 우선적 보상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유족 단체 간에도 피해자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놓고 이견이 있어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다.
보상 금액도 관건이다.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피해자(유족) 15명은 위자료와 지연 이자 등 2억5,000만원가량을 재단에서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이 정도 보상을 해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별법 논의 상황에 정통한 인사는 "피해자 한 명에게 1975년에는 30만 원, 2007년에는 2,30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면서 "기존 보상 법안과의 정합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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