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24만9,000명, 합계 출산율 0.78명.’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이 같은 통계에 따르면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 16년간 출생률을 올리겠다며 쏟아부은 280조 원이 ‘밑 빠진 독에 부은 물’이 된 셈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저출산 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만시지탄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조만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저출산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울시도 전국에서 처음 난자 냉동(동결) 시술비를 200만 원까지 지원하겠다는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혼ㆍ육아ㆍ교육ㆍ취업ㆍ주택 등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쾌도난마 같은 대책이 나오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의학적인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난임 지원’이 저출산이라는 난제를 푸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출생아 25만 명 중 10%가 난임 치료를 통해 태어났을 정도로 난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면 1년 이내 80~90%가 임신한다. 난임은 피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1년 이상 정상적인 성생활을 했는데도 임신되지 않을 때를 말한다. 또한 35세 이상에서 6개월 이내 임신되지 않아도 난임으로 진단한다.
난임 원인은 다양하다. 남녀 모두에게 원인이 있을 수 있고, 원인 불명이 15% 정도 된다. 난임 진단을 받은 사람은 전국적으로 연간 25만 명에 달하고, 서울에서만도 8만2,000여 명이다. 난임 시술을 받는 사람도 14만3,999명(2021년)으로 10년 전보다 11.5배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런 점에서 서울시가 최근 ‘난자 냉동 시술 지원’ 등을 포함한 저출산 대책을 내놓은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전국 최초로 30~40세 여성에게 첫 시술 비용의 50% 내에서 2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미혼 여성과 20대 여성이라도 난소종양 등 관련 질환이 있거나 항암 치료 등으로 난소 기능 저하로 조기 폐경 가능성이 있을 경우(AMH 검사 결과 1.0 미만) 지원할 예정이다.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난자 냉동 시술 지원은 여성의 ‘가임력 보존’을 유지해 장래 출산 가능성에 투자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자 냉동 시술이 크게 늘고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회당 250만~500만 원 드는 비용을 향후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병원 네트워크가 2021년에 시행한 미혼 여성의 난자 냉동 보관 시술이 1,194건으로 2020년 574건보다 2.1배 늘었다.
하지만 난자 냉동 지원(건강보험 적용 또는 시술비 지원)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난자 냉동 후 임신하기 위해 해동해도 난자 생존율이 60%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배아(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상태)를 냉동해두면 해동 시 생존율이 90%로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이유진 미즈메디병원 아이드림센터장은 “미혼 여성에 대한 난자 냉동 지원은 기준을 명확히 하고 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임신을 원하는데 난자가 필요한 여성은 이를 기증받기도 쉽지 않다.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23조 3항에 ‘누구든지 금전ㆍ재산 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 급부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하거나 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누가 쉽게 난자를 기증하겠나. 만혼으로 인한 고령 임신이 전체 임신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해 애를 태우는 부부가 점점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25만2,288명으로 2019년 23만802명, 2020년 22만8,382명 등에서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인공수정(자궁강 내 정자 주입)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체외 수정 시술) 등 난임 시술로 임신하려 해도 35세 넘으면 가임력이 크게 떨어지고 45세 이후엔 자신의 난자로 임신하기란 매우 어렵다.
시험관아기 시술 과정에서 여러 개의 난포 성장을 촉진하는 배란 유도 주사제를 맞아야 하는 고통을 겪어도 임신에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난자와 정자 공여에 문제 없도록 법률적인 정비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는 여성 가임력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 OECD 출생률 꼴찌라는 오명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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