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첫 비서실장
전모씨 11일 발인... 유서 6장 남겨
유족·지인들 "무엇 위해 정치하나"
"검찰 조작 수사 탓" 비판 목소리도
“딱 한마디만 할게요. 누구를 위한 정치인지...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십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씨의 발인이 있던 11일 새벽 4시, 장례식장 밖으로 나와 연신 한숨을 쉬던 한 유족은 고민 끝에 기자에게 이 한마디를 전했다. 전씨의 장례는 유족 뜻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방문객들은 보안업체의 확인을 거친 뒤에야 장례식장 출입이 허용됐다.
9일 숨진 채 발견된 전씨 소식에 유족과 지인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빈소를 찾았다. 조문객들은 대체로 말을 아꼈지만, 빈소 근처에선 10년 넘게 함께 일했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원망과 검찰 수사에 분노를 표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오지 말라고 해서 안 올 사람도 아니고"
10일 빈소를 찾은 전씨 지인은 “유족들이 너무 억울하고 애통해한다”며 “지금도 상처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억울한 죽음들이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입니까. 수사당하는 것이 제 잘못입니까”라고 말했다.
유족들 사이에선 이 대표 조문을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당초 10일 오후 1시쯤 조문할 예정이었지만, 오후 7시 42분에서야 빈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씨의 친척은 “(경찰의 부검 신청 논란도 있었지만) 이 대표가 오지 말라고 해서 안 올 사람도 아니고, 일을 키우기보단 조문받는 게 맞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며 “이 대표에게 응원을 전한 건 아니고, 어렵게 오신 거니까 애석하지만 감사 인사를 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씨 조문은 사실상 10일 하루 동안만 가능했다. 전씨 시신은 9일 오후 11시쯤 성남시의료원에 안치돼, 유족들은 10일 오전 11시부터 조문객을 맞았다. 입관식은 12일 오전 7시, 발인은 오전 8시에 진행됐다. 이 대표 측은 “아끼던 측근이었던 만큼 10일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모친 기일인데도 7시간을 차에서 기다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씨 발인이 있던 11일에는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정부 비판 목소리를 냈다.
"고인은 시킨 일 열심히 한 공무원... 그게 전부"
전씨가 자필로 남긴 유서는 노트 6장 분량으로, 유서 첫 장에는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더 이상 희생자는 없어야지요” “측근을 진정성 있게 관리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 유족 측은 이에 대해 “벌써 몇 명째인가. (이 대표) 본인도, 주변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고인은 위에서 시킨 일을 열심히 한 공무원이었고, 그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전씨는 1978년 9급 공무원 공채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2013년 성남시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2018년 경기지사 초대 비서실장,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유족과 지인들은 검찰 수사에 대한 분노도 감추지 않았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전씨가 이 대표 의사를 전달하고, 네이버와 협상 실무를 담당했다고 봤다. 한 유족은 “시키니까 하지, 고인이 그럴 사람이냐. 밑에 사람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렇게...”라고 한탄했다. 빈소에서 만난 전씨의 한 고교 동창도 "검찰이 답을 정해놓고 증거를 끼워 맞추는 식의 조작 수사를 하니 압박을 느끼지 않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전씨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유서에 “조작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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