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항공기 '의문의 실종' 9년만
민간 업체 "진전 있어, 수색 허용해달라"
2014년 3월 8일 오전 0시 41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370편(MH370) 여객기가 베트남 상공에 진입한 뒤 갑자기 기수를 인도양으로 돌렸다. 원래대로라면 곧장 북진해 중국으로 들어가야 했지만, 갑자기 망망대해 항로로 방향을 튼 것이다.
40분 뒤인 1시 22분 항공기는 관제탑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 중국인 154명을 포함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프랑스,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 14개국 출신 승객 227명과 승무원 12명 역시 연기처럼 증발했다. 항공 사고 역사상 최악의 수수께끼로 남은 'MH370 실종 사건'이다.
9년 만에 재조명받는 'MH370 사건'
13일 말레이시아 뉴스트레이트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MH370편 실종 사건이 발생 9년 만에 다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사건을 다시 물 위로 끄집어낸 것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MH370·비행기 실종 사건’이다. 미스터리한 사건 내용과 전문가들의 분석, 그리고 “특정 국가가 비밀리에 항공기를 격추시켰다”거나 “조종사가 아닌 제3자가 조종간을 잡았다”는 음모론이 소개됐다.
과거 수색 작업에 나섰던 민간기업도 가세했다. 미국 해양탐사기업 ‘오션인피니티’의 올리버 플런켓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MH370 발견으로 이어질 만한 새 증거를 얻었다. 지난 1년간 많은 사람과 협력해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고 주장하며 재수색 허가를 말레이시아 정부에 촉구했다. ‘증거’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오션인피니티는 말레이시아와 중국, 호주 등 26개국으로 구성된 ‘국제조사단’이 수색을 중단한 이후인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수중 탐색을 벌였지만 동체를 찾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넷플릭스가 일으킨 관심을 동력으로 재수색을 요구하고 있다. MH370편에 탑승한 어머니를 잃은 그레이스 수바라사이 네이선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아서는 안 된다”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 밝히지 못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재앙도 막을 수 없다"고 수색 재개를 촉구했다.
말레이시아 "구체적 증거 나와야"...선 그어
물론 당시 말레이시아 정부가 수색을 '대충' 한 건 아니다. 다만 성과가 없었다. 각국 조사단은 3년에 걸쳐 인도양 12만㎢를 샅샅이 훑었다. 미국이 지원한 650만 달러(약 84억7,000만 원)를 비롯해 1,800억 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됐지만 결정적 흔적을 찾지 못했다.
기체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 30여 개가 인도양 서부 모리셔스섬과 마다가스카르 해안에서 발견됐지만, MH370의 것으로 확인된 것은 3개뿐이었다. 그마저도 추락 여부나 실종 경위를 설명해줄 수 있는 블랙박스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기체가 바다 표면으로 갑자기 추락할 경우 최소 200만 조각 이상으로 파괴되는 점을 감안하면, 잔해가 발견되지 않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2017년 1월 말레이시아 정부는 수색을 중단하며 진상 파악을 사실상 포기했다. 남은 것은 ‘항공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든 수색 작업’이라는 오명이었다. 이듬해 나온 최종 조사 보고서는 “MH370편의 비행 경로가 바뀐 것은 시스템상 오류로 보기 힘들다. 기계적 결함이 아닌 조종사의 수동 조작 때문”이라고 했으나, 사고 원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사건 수첩을 덮은 지 5년 만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앤서니 로크 교통장관은 13일 "'새롭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나오면' 수색을 재개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시간과 자금을 투입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나와야 움직이겠다는 뜻으로, 당장의 조사 재개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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