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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사태] "한 바구니에 계란 담지 말라는 격언 실감"... 공포·안도 교차한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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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사태] "한 바구니에 계란 담지 말라는 격언 실감"... 공포·안도 교차한 실리콘밸리

입력
2023.03.13 16:11
수정
2023.03.13 16: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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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규제당국의 파산 결정 이튿날인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미국 캘리포니아 규제당국의 파산 결정 이튿날인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말 그대로 지옥과 천국을 오간 '실리콘밸리의 3일'이었다.

10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전해진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거래 중단 소식에 주말 사이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었던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12일 미국 정부의 '예금 전액 보증' 발표가 나오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SVB에 넣어둔 예금을 못 찾으면 당장 이번 주부터 직원 급여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정부의 개입으로 가장 우려됐던 임금 체불 대란을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주말 새 자금 조달에 발 동동

위기 발발(8일) 후 파산(10일)까지 채 이틀이 걸리지 않은 탓에, SVB 계좌에 목돈을 넣어둔 상당수 스타트업들은 미리 예금을 인출하지 못한 상태였다.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일부는 파산 발표 전 급히 예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려 시도했으나, 거래가 갑자기 몰리며 이체에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

돈이 SVB 계좌에 묶일 처지에 놓인 스타트업들은 11, 12일 긴급 자금 조달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보육 서비스 스타트업 위니(Winnie)는 급여 지급을 위해 온라인 결제 업체 스트라이프로부터 10%의 고리로 현금 대출을 받았다. 일부 스타트업 경영진은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사비를 투입하기도 했다. 미국은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높아 각종 대금 결제에 현금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급한 대로 서비스 운영에 필수적인 클라우드(가상서버) 이용료 등을 신용카드로 막았다는 업체들도 있었다.

벤처투자사들은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임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도록 직접 대출해주거나 자금을 연결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의 한 한인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사에서 '현금 확보가 어렵다면 어떤 식으로든 도울 테니 연락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투자사인 코슬라벤처스(Khosla Ventures)는 단기 대출 형태로 급여 지급을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벤처투자사 와이 컴비네이터(YC)는 10일부터 SVB 사태 해결에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청원서에 서명을 받기 시작했는데, 12일 오후까지 5,000명의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및 창업자가 동참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마틴 그룬버그 연방예금보험공사 의장 등에게 보낼 예정이었던 이 청원서에서 서명자들은 "우리는 은행 지분 보유자나 경영진을 위한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미국 경제의 '혁신'을 구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의 로고. 실리콘밸리=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의 로고. 실리콘밸리=연합뉴스


한시름 놨지만... 투자심리 위축 우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던 이들은 다행히 12일 오후 예금 전액의 지급을 보장하겠다는 당국의 발표가 나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개리 탄 YC CEO는 트위터에 정부 발표 내용을 긴급히 전하며 "올바른 조치"라고 했다. 한인 스타트업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의 경우 SVB 파산 전까진 굳이 현금을 여러 은행에 나눠 둬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라며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새삼 얻게 된 공포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스타트업 줄도산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불씨가 아예 꺼진 건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선 SVB처럼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사를 주요 고객으로 둔 실리콘밸리 기반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도 불길이 옮겨붙진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반적인 벤처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번 사태로 스타트업 투자는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커져 당분간 대형 자본은 투자에 몸을 사리지 않겠느냐는 게 벤처업계의 우려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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