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담합, 맹탕 결론 가능성
담합보다 금리 인하에 방점 풀이
정부가 은행권이 치솟는 대출금리를 서로 짰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조사 칼날을 겨눴다. 하지만 대출금리 0.01%포인트를 놓고도 경쟁하는 은행권의 담합 여부를 입증하긴 쉽지 않아 '맹탕 결론'이 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전 준비 없이, 은행 겨눈 공정위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지난달 27일부터 4일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을 현장 조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은행 고금리로 국민 고통이 크다"고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공정위가 사전 신고 없이 직권조사로 진행한 대출금리 담합 조사는 이례적이다. 당장 윤 대통령이 금융업과 함께 콕 집어 독·과점 폐해 해소를 주문한 통신업과 비교된다.
통신업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지시하기 전부터 공정위가 감시망을 좁혀가고 있었다.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 속도를 부풀려 광고한 혐의로 예정 중인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제재·심의가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또 1월 말 배포한 '2023년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가격 경쟁이 제한적인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시장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반면 은행을 향해선 업무 추진계획상 올해 조사 방침을 세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금융·통신업을 압박한 뒤에야 공정위가 먼저 제시한 경쟁 촉진 방안은 대출금리 담합보다 강도가 약한 불공정 약관 심사였다. 이번 공정위의 대출금리 담합 조사를 두고 사전 준비 없이 '일단 털고 보자' 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어떻게 정할지는 각 은행 영업 비밀이라 담합할 이유가 없다"며 "현장에선 공정위 조사를 두고 '왜 나왔느냐'며 매우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담합 조사, 왜 하필 지금인가"
은행권의 대출금리 담합을 밝혀내기 쉽지 않은 점도 공정위로선 부담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를 빼서 구한다.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최종 대출금리는 은행끼리 같더라도 이를 산출할 때 사용하는 가산금리, 우대금리는 제각각이다. 대출금리 구조상 담합으로 볼 여지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공정위가 앞서 실시한 은행권 담합 조사의 성적이 저조했던 점을 이번 대출금리 담합 조사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과거 사례를 봐도 은행권 담합은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공정위는 2012년 7월 5대 은행 및 SC제일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을 조사했다. 공정위는 2011년 말부터 주요 지표 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CD 금리만 내리지 않은 은행권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현장 조사로부터 4년 만에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났다.
그러다 보니 공정위 속내는 대출금리 담합 입증 대신 '금리 인하'를 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에 이어 공정위까지 나서면 은행권이 더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은 모든 가계대출 금리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로선 시장 개입 논란을 이겨낼 '성과'를 얻은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공정위가 대출금리 담합을 조사할 순 있어도 왜 하필 지금인지 의문"이라며 "금리를 낮추기 위해 은행에 군기를 잡는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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