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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타이어 21만개 타는 연기에···"숨 못쉬고 인후통까지" 주민들 밤새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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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타이어 21만개 타는 연기에···"숨 못쉬고 인후통까지" 주민들 밤새 고통

입력
2023.03.13 17:20
수정
2023.03.1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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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대형 화재
2공장 성형 압출기계서 발화 추정
타이어 21만 개 타면서 유독가스
주변 5개 학교 재량휴업 등 피해
2014년 이후 9년 만에 유사 화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현장점검

13일 오전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난 불로 인한 매캐한 연기가 인근 마을을 뒤덮자 시민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13일 오전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난 불로 인한 매캐한 연기가 인근 마을을 뒤덮자 시민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12일 밤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타이어 21만여 개가 불에 타면서 유독가스가 퍼져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고, 일부 학교가 휴교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2014년에 이어 또다시 대형 화재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한국타이어의 안전관리 소홀 여부 조사에 나서는 한편 전국의 고위험 고무제품 제조업 공장에 대한 긴급 점검도 나섰다.

주민들, 치솟는 불길과 연기에 뜬눈으로 밤새

1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9분쯤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발생한 불은 12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쯤 초진에 성공했다. 앞서 이날 오전 2시 10분쯤 대응 3단계를 발령한 소방당국은 헬기 9대와 장비 221대, 소방관 등 진화인력 849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펼쳤다.

초기 진압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한 공장 작업자 등 10명과 발목을 다친 소방대원 1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모두 귀가했다. 인명피해는 경미했지만 타이어 21만여 개가 타고 공장이 전소되면서 연기와 유독가스가 확산돼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13일 대전 대덕구 목상동 공장 일대에서 소방관계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대전=서재훈 기자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13일 대전 대덕구 목상동 공장 일대에서 소방관계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대전=서재훈 기자

공장 인근 아파트와 다가구 주택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화재 직후 '펑펑' 하는 소리와 함께 30층 아파트 높이로 치솟은 불길과 고무타이어 21만여 개가 타면서 내뿜는 매캐한 연기에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목상동의 한 주민은 "밤에 바깥에 시뻘건 불길이 보이고, 창문을 닫아도 고무 탄 냄새와 함께 연기가 밀려들어 숨 쉬는 게 불편하고, 목과 머리까지 아팠다"며 "화재 감지기까지 작동해 우리 아파트까지 불이 번진 줄 알고 뛰쳐나가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주민 17명은 대덕구청이 마련한 대피소(대덕문화체육관)나 친인척 또는 지인의 집 등으로 대피했다. 일부 아파트에선 화재 현장에서 튄 불꽃이 화단과 잔디밭으로 옮겨 붙어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소화기로 급히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화재 반경 1㎞ 내에 있는 학교들도 화재 여파로 수업에 차질을 빚었다. 신탄진중학교와 신탄진중앙중학교는 이날 오전 재량 휴업했고, 대전이문고등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대전새여울초등학교와 신탄진초등학교는 등교시간을 늦췄다. 전날 화재 직후 통제로 차질을 빚었던 경부고속철도와 경부고속도로 운행은 이날 오전 모두 정상화됐다.

2공장 가류공정 과정서 발화 추정

이날 화재는 1·2공장 가운데 북쪽 2공장 가류공정(반제품을 고온으로 쪄서 완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진 한국타이어 안전소방과장은 "2공장 성형 압출기계 아래쪽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며 "화재 직후 작업자들이 비치된 소화기 등으로 진압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119에 신고했다. 현재 초기 화재 진압에 실패한 이유와 경위를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소방당국과 한국타이어 측은 일단 불에 타기 쉬운 가연성 재질의 고무를 제조하는 공장에 화재 당시 순간 풍속 초속 9.9m의 강한 바람이 불어 화재가 커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정식(오른쪽 두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장우(왼쪽) 대전시장이 13일 오후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현장을 방문해 화재 진화상황을 보고받은 뒤 제2공장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대전=뉴시스

이정식(오른쪽 두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장우(왼쪽) 대전시장이 13일 오후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현장을 방문해 화재 진화상황을 보고받은 뒤 제2공장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대전=뉴시스

하지만 9년 전인 2014년 9월에도 1공장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18만여 개의 타이어가 불에 타고 12시간 만에 진화된 전례가 있어, 한국타이어 측의 관리 소홀 여부도 조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이날 만난 목상동의 또 다른 주민은 "9년 전 가을에도 한국타이어에서 큰불이 나서 밤새 떨었는데, 이번에 또 큰불이 나니 불안하다"며 "대기업에서 화재 관리를 이 정도밖에 못하느냐"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상황과 대응책을 점검했다. 이 장관은 "아직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면서 "많은 사고가 무관심과 방심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경찰 및 소방당국과 자세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국 1,600여 개의 고무제품 제조업 사업장에 긴급 자체점검 실시 공문도 하달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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