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긴축 속도 완화할 것"
금리 향방 14일 미국 CPI에 달려
13일 원·달러 환율이 22.4원 급락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더 이상의 고강도 긴축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빅스텝)은 급격히 자취를 감췄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7% 하락한 1,301.8원에 마감했다. 전장 대비 7원 낮은 1,317원에 개장한 이후 장중 낙폭을 꾸준히 넓혔다. 미 금융당국이 파산에 준하는 SVB 폐쇄를 결정한 직후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자, 미국 국채 금리와 더불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급강하(105→103선)한 결과다.
시장은 이번 사태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섣불리 빅스텝을 밟지 못할 것으로 기대한다. "단일 은행의 문제일 뿐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SVB가 자금을 댔던 스타트업계나 고금리에 취약한 영역을 중심으로 부실이 옮겨갈 가능성 또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날 SVB에 이어 뉴욕주 가상화폐 전문 시그니처은행도 폐쇄가 결정됐다.
아예 연준의 금리 동결에 베팅하는 참가자도 생겼다. 이날 미국 선물시장에 반영된 0.25%포인트 인상(베이비스텝) 확률이 90%를 웃도는 가운데, 금리 동결 확률이 한 때 6%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으로 빅스텝이 소환된 지 불과 일주일 만의 변화다.
한국 시장에서도 국고채 3년물 금리(3.435%)가 지난달 14일 이후 처음 기준금리를 밑도는 등 금리 동결 기대가 재차 고개를 드는 중이다. 같은 이유로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날 0.67%, 0.04%씩 상승 마감했다. 미국 금융당국의 SVB, 시그니처은행 예금자 보호 조치에 따른 위기 완화, 전국인민대회를 마친 중국의 경기부양 기대감에 일본과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 증시도 강세를 보였다.
이대로 베이비스텝이 굳히기에 들어갈지는 14일 발표하는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달렸다. 시장은 CPI가 지난달(전년 대비 6.4%)보다 낮은 6% 상승에 그칠 것으로 본다. 예상과 달리 물가 둔화 속도가 여전히 더딘 경우, 침체와 물가 사이에서 연준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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