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3일 친윤 집행부를 구성, 내년 총선 공천에서 친윤계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외친 ‘연포탕(연대·포용·탕평)’과는 거리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직할 체제를 구축한 여당이 민심과 동떨어져 독주할까 우려된다. 김 대표가 주장했던 대로 다양한 세력을 포용해 국민이 등 돌리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이날 발표한 인선에서 김 대표는 당 조직과 예산을 총괄하고 총선 때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 당 사무총장에 ‘신핵관’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을 임명했다.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에는 역시 친윤계인 박성민·배현진 의원, 수석 대변인에 강민국·유상범 의원이 임명됐다. 대표 지명 최고위원엔 유승민계로 분류되던 강대식 의원이 지명됐으나 전반적으로 친윤 세력이 공고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범 일주일도 안 된 당 지도부와 만찬을 갖는 등 힘을 실어주었다.
친윤 세력화는 당연한 수순이겠으나, 전당대회 때 불거진 균열이 봉합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김 대표의 인선은 아쉽다. 최고위원들은 벌써 ‘안철수 의원은 품어야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는 품고 갈 수 없다’ ‘다 같이 가는 게 옳다’는 등 설전을 벌였다. 당대표 선거 경쟁자였던 안 의원은 이날 김 대표를 만나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과학기술분야 특별위원장직은 고사하면서 “용산에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내년 총선은 민심 100%로 뽑는다”는 말도 했다. 대통령에게 휘둘리지 말고 공천 문을 넓히라는 지적을 지도부는 유념하기 바란다.
김 대표는 연포탕을 말로만 몇 번 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대통령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공천에 개입할 경우 후보 검증은 무시되고 공천은 세력 다툼으로 변질된다. 이런 이유로 민심이 크게 이반했던 사례도 보았다. 당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력을 적극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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