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서른다섯 살도 어린이래요~ 어린이보험 가입 어떤가요"

입력
2023.03.19 07:00
수정
2023.03.19 16:25
15면
0 0

30대에게 '그림의 떡'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 늘린 상품 속속 출시돼
보험료 저렴하나 꼼꼼히 따져봐야
"30대 위한 '어른이보험' 더 나올 듯"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2016년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앞에서 열린 2016 서울동화축제 '상상도로 그림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도로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왕태석 기자

2016년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앞에서 열린 2016 서울동화축제 '상상도로 그림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도로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왕태석 기자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매년 5월이면 거리에서 들을 수 있는 동요. 바로 '어린이날 노래'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린이날 선물은 몇 살까지 받을 수 있을까요? 보통 초등학생까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학생, 심지어 고등학생도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더군요.

그럼 35세는 어린이인가요? 아마 대부분은 아니라고 답할 겁니다. 하지만 보험업계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어린이보험 가입연령을 35세까지 늘린 보험사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풍부한 보장부터 '납입 면제'까지

어린이보험은 말 그대로 어린이를 위한 종합보험입니다. 태아 때부터 가입 가능하고, 아토피와 수두 등 영유아 질병을 보장해 준다는 게 특징입니다. 임신중독증 진단비 같은 부모 보장도 특별약관으로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납입 기간은 일반적인 건강보험처럼 20년 혹은 30년이며, 상품에 따라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보장도 풍부합니다. 미성년자 질병은 물론이고 3대 질환인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에도 보험금을 줍니다. 당연히 일반적인 상해나 질병도 가능하고요. 어릴 때 가입하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든든하게 보장을 해 준다는 겁니다. 오히려 어린이보험은 가입 때 선택할 수 있는 개별계약(담보) 범위가 너무 많아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장점도 있습니다. 우선 암 같은 치명적 질병에 걸리거나 후유증이 남는 상해를 입으면 보험료 납입을 면제받을 수 있는 '납입 면제'가 가능합니다. 여기에 일부 상품은 '감액 기간'도 없습니다. 보험금이 깎이는 일이 없단 뜻입니다. 심지어 '면책 기간'이 없는 상품도 있습니다. 가입 직후 질병에 걸려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건 보험료일 겁니다. 당초 미성년자를 위해 출시된 상품인지라, 성인이 가입하는 일반적 종합보험보다 최대 20%까지 저렴하다고 합니다. 통상적으론 8~10% 정도 저렴하다 생각하면 될 겁니다. 다만, 어린이보험이라도 가입자의 연령이 많으면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픽= 김문중 기자

그래픽= 김문중 기자


30대도 가입 가능한 '어른이보험' 출시

이렇다 보니 원래 어린이보험에 가장 눈독을 들이는 세대는 20대였습니다. 물론 새내기 부모로서 자녀보험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겠죠. 하지만 그뿐만 아닙니다. 자녀가 없더라도 본인을 위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다수 어린이보험은 30세까지 가입 가능합니다. 어린이보험 별명이 '어른이보험'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근 30대도 어린이보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몇몇 보험사가 가입 연령을 35세까지 넓힌 어린이보험 상품을 출시했거든요. 이달 초 KB손해보험에서 출시한 'KB금쪽같은 자녀보험 Plus'나 지난해 5월부터 롯데손해보험에서 판매하고 있는 'let:play 자녀보험Ⅱ(토닥토닥)'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어린이보험은 아니지만 30대 전용 건강보험 상품으로 출시된 삼성화재의 '내돈내삼'도 있죠. 그간 어린이보험에 가입하고 싶었지만, 나이가 걸림돌이었던 30대 초반 직장인을 겨냥한 상품들입니다.

사실 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보험이라곤 예전에 다이렉트 창구로 가입한 3세대 실손밖에 없고, 30대가 되고 나서야 어린이보험이 있단 걸 알았거든요. 그런데 건강보험 하나 가입하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잖아요? 추후 가입할 때 참고가 되라고 제가 30대를 위한 보험상품에 가입한 '썰', 그리고 '가입 꿀팁'을 풀겠습니다. 30대를 위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세 곳을 무작위로 A·B·C사라고 표기하겠습니다.


보험료 저렴한 무해지형 '추천'

일단 제겐 처음부터 난관입니다. A·B·C사 상품 모두 다이렉트 창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보험설계사와 전화 상담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평소 음식을 배달 주문할 때마다 항상 '문 앞에 두면 가져갈게요'를 표시하는 저로선 엄청 부담스러운 일이더군요. 담보가 많다 보니 상담 설계가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용기를 내 '상담 신청'을 클릭하니 곧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우선 A사 보험설계사는 저렴한 보험료를 강조했습니다. B사 소속 설계사는 대외비라며 "이달까지만 판매하는 상품"이라고 하더군요. C사는 "요즘 30대 고객의 가입 문의가 늘어 바쁘다"고 푸념 아닌 푸념까지 늘어놓습니다.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니 각 사의 가입제안서를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꿀팁 하나. 만일 직장인이라면 어린이보험을 가입할 때는 표준형보다는 무해지형(미지급형) 상품으로 가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무해지는 납입 중 해지하더라도 환급금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린이보험은 적립형 상품이 아니기에 꾸준한 납입만 가능하다면 무해지가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저도 무해지를 선택했습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도 가입 '꼭'

다시 제가 받았던 가입제안서로 돌아가보죠. A사가 제안한 보험료는 월 7만3,560원이었습니다. 설계사 말대로 3개 보험사 가운데 보험료는 가장 저렴했습니다. 다만 30년 납부·90세 보장이란 점이 아쉬웠습니다. 납부 기간이 긴 반면 보장 기간은 짧았거든요. 암 진단비도 세 곳 중에 가장 적은 2,000만 원만 보장됐습니다.

반면에 B사의 보험료는 월 17만4,520원에 달했습니다. A사 보험료의 두 배가 넘고, 20년간 납입해야 할 보험료만 총 4,149만8,400원에 달했습니다. 이렇듯 어린이보험이나 30대 전용보험도 상품과 보장 등에 따라 일반 건강보험료보다 비쌀 수 있습니다. 다만 암 진단비는 세 곳 가운데 가장 높은 5,000만 원이었고, 보장 기간은 90세까지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알아본 C사의 보험료는 월 8만6,615원이었습니다. 20년 납부에 100세까지 보장이 됐고, 암 진단비도 3,000만 원이 보장됐습니다. 부담 가능한 보험료에다가 보장까지 적당했기에 저는 C사 상품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서 꿀팁 하나 더. 만일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없다면 가입 시 특약으로 꼭 추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타인에게 인명·재산상의 피해를 입혀 발생한 법률상 배상책임을 보상해 주는 보험입니다. 월 1,000원 이하의 보험료만 내면 최대 1억 원까지 보장된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어린이보험뿐만 아니라 상해보험과 주택화재보험에도 특약 가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본인부담금이 일부 있습니다.

장기손해보험 계약자 연령대 분포. 그래픽=김문중 기자

장기손해보험 계약자 연령대 분포. 그래픽=김문중 기자


가입 연령 확대 어린이보험 속속 출시될 듯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하나 궁금한 게 있을 겁니다. 왜 보험사가 20대뿐만 아니라 30대에게도 어린이보험을 팔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30대 전용 보험상품이 출시되고 있는지 말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험에 관심 없는 30대를 붙잡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기손해보험 계약자 중 30대는 2019년 기준 15.4%에 그쳤습니다. 2010년 대비 8.1%포인트 감소한 수치죠. 이에 반해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은 10년간 12.2% 증가해 2019년 기준 17.1%였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는 신체 건강한 사회초년생을 끌어오는 게 절실한 상황입니다.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더 많으면 손해니까요. 여기다가 최근 출산율이 하락하며 어린이보험 수요가 덩달아 떨어진 것도 고민거립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어린이보험은 성인 건강보험 대비 손해율 낮은 '알짜' 상품이거든요.

30대를 위한 어린이상품은 앞으로도 속속 출시될 전망입니다. 보험업권 관계자는 "올해 보험 없는 30대를 겨냥한 어린이보험 상품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강진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