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선임·수책위 개편 정부 강공에
야당, 수책위 규정하는 법안으로 맞불
"투자에 전문성을 갖춘 전문위원이 부족했다." (보건복지부)
"제2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연금을 둘러싼 정부와 야당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최근 검사 출신 인사를 연금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으로 임명하고 기금운용위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 구조를 개편하자 야당은 이를 '윤석열 정부의 국민연금기금 장악 시도'로 규정하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반면 정부는 연금 투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노후 자금을 정권 입맛대로 활용하려는 음모를 반드시 막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기금운용위 개편이 기금 투자를 정권이 좌우하려는 시도로 본다. 검사 출신인 한석훈 변호사를 상근전문위원으로 임명한 걸 문제 삼는데, 상근전문위원은 기금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수책위 위원장을 맡기 때문이다. 또 수책위 구성 시 가입자단체(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의 추천 인원을 줄이는 대신 금융·시장 전문가단체 추천 인사를 넣기로 한 결정이 기금의 독립성을 침해할 것으로 우려한다.
복지부 "금융전문가 포함하는 데 한계 있었다"
민주당은 수책위 운영 규정을 이전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방침이다. 복지위 소속 최혜영 의원은 이날 수책위 구성과 관련해 기존 시행령이 아닌 법령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전문가단체 몫이 된 추천 인원 3명을 다시 가입자단체 추천으로 바꾸고, 위원 자격에서 '법률 전문가'를 삭제하기 위해서다. 민주당 소속 복지위 관계자는 "서둘러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그간 전문성 부족이 문제가 돼 이를 보완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근로자와 지역가입자 단체가 추천한 인사가 변호사·회계사로 쏠려 다양성 확보에 한계가 있었고, 종전에는 가입자단체 추천 인사 중에서 전문위원을 위촉해야 해 금융전문가를 포함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책위 활동이 점차 늘어나면서 금융전문가 역할이 확대돼야 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한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사용자단체가 1순위로 추천한 인사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야당과의 갈등이 커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국회 중심으로 논의되는 연금 개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발의한 법안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에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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