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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야 하나"… 금호·넥센 잠잠한데… 한국타이어 '화재 공장'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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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야 하나"… 금호·넥센 잠잠한데… 한국타이어 '화재 공장' 오명

입력
2023.03.14 20:00
수정
2023.03.15 11:06
0 0

2000년 이후 대전 3번, 금산 2번 화재
금호·넥센은 거의 없어... '안전 불감증'
주민들 "불안해 못 살겠다... 이사 고민"
"물류창고로만 써라" 특단 대책 요구도
경찰, 화재 원인 및 과실 여부 규명 계획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에서 9년 만에 또다시 큰불이 나면서 주민들이 화재 공포에 휩싸였다. 한국타이어 측은 불이 날 때마다 후속 조치를 취했다고 했지만, 2002년 이후 대전과 금산 공장에서 무려 5번이나 대형 화재가 반복되면서 관리 소홀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2일 오후 10시 9분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불이 나 제2공장이 전소되고, 내부에 있던 타이어 21만 개가 불에 탔다. 작업자 10명이 연기를 마시고, 소방대원 1명이 발목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 12일 발생한 화재로 제2공장이 무너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전경. 대전=뉴스1

지난 12일 발생한 화재로 제2공장이 무너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전경. 대전=뉴스1

9년 전인 2014년 9월 30일 대전공장 1공장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도 유사하다. 당시에도 창고 내부에 타이어 완제품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 강풍이 불어, 창고 내부와 18만3,000여 개의 타이어가 연소됐다.

한국타이어는 2014년 화재 이후 대전 공장 철골 구조물에 난연성 플라스틱 패널을 내장재로 사용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9년 만에 유사한 화재가 반복되면서 관리 소홀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일지. 그래픽= 신동준 기자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일지. 그래픽= 신동준 기자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는 과거에도 있었다. 대전과 금산 공장에선 2002년 이후 4년마다 대형 화재가 되풀이됐다. 2002년 3월 금산공장 원료공장에서 불이 나 천연고무 등 저장 원료를 태워 수백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2006년 2월에는 대전공장 작업동 옥상에서 불이 나 집진시설 등을 태우고 1시간여 만에 꺼졌다. 2010년 4월에도 금산공장 변전실에서 불이 나 하루 동안 공장이 멈췄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공장시설은 모두 정기적으로 소방점검을 받고, 법에 따른 소방방재 시설도 설치했다"면서도 "타이어의 주원료인 천연고무와 화학약품이 고온과 화재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매캐한 연기가 인근 마을을 뒤덮자 시민이 불안한 표정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매캐한 연기가 인근 마을을 뒤덮자 시민이 불안한 표정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화재가 반복되면서 공장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바로 옆 고층아파트에 사는 송천섭(49)씨는 "2014년 화재 때도 가족들과 여관으로 대피했는데, 이번에 또 큰불이 나서 깜짝 놀랐다"며 "우리는 최고층(50층)에 살기 때문에 대피하기도 힘들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다른 주민도 "아이가 있는 집은 전부 밖으로 도망갔고, 친척 집이나 모텔에서 자고 오는 집도 있었다"며 "이사를 고민 중인 이웃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공장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형진(42)씨는 "2014년 화재 이후 공장 이전을 포함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구청과 신문고에 요청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공장을 물류창고로만 이용하도록 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14일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화재 감식을 위해 가류 공정실로 들어가고 있다. 대전= 뉴스1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14일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화재 감식을 위해 가류 공정실로 들어가고 있다. 대전= 뉴스1

경찰은 이날 현장 합동 감식을 시작으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소방본부, 한국전기안전공사, 대전고용노동청, 안전보건공단 관계자가 참여한 40명 규모의 합동감식반을 구성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감식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불이 난 2공장 서편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구조가 같은 1공장 가류공정에 진입해 공정 라인을 확인했다. 가류공정은 타이어 반제품을 고온·고압으로 쪄서 완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경찰은 이번 화재가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공장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스프링클러나 화재경보 시설 등 방제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안전관리상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경쟁사인 금호타이어(광주광역시)나 넥센타이어(경남 창녕) 공장과 비교해, 한국타이어에서 유독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장이 1970년대에 지어진 데다, 내부 구조도 미로처럼 돼있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 감식과 CCTV 영상, 관계자 조사를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과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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