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법안 내용 중 보완할 것은 보완해 나가자는 취지"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집중 근무가 가능하도록 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현행 52시간제에서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2030세대의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이다.
MZ세대 반발에… 尹 "MZ 의견 청취하라"
윤 대통령은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1980년 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여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앞서 고용부는 주 최대 12시간으로 정해진 연장근로 시간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통합해 운영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가 1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당시 정부는 "청년들이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쉬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MZ 노조'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주 69시간제는 과거로의 퇴행"이라며 개편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등 청년층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정책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시간 유연화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특정 주에 52시간보다 많이 일하게 되더라도 한 달 휴가도 떠날 수 있게 하는 등 노사 선택권을 동시에 늘리자는 것인데, '69시간씩 일해야 한다'로 왜곡 전달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부처에서 노사 선택권과 자율성이 확대된 부분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여론을 직접 살펴보니 '공짜 노동'이라는 오해가 많아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공들이는 '노동개혁'에도 단계가 있고 입법이 필요한 사안인데 몰아치듯 할 순 없다"면서 "여론을 최대한 수렴해 보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尹 질책에 대국민 소통 강화 나선 정부·여당
윤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 보완 지시 이후 정부와 여당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이번 근로시간제 개편의 본질"이라며 제도 개편 취지에 관한 이해를 거듭 구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국민 여론조사를 추가로 실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6일 MZ세대 노조, 정보기술(IT) 기업, 전문가들을 모시고 근로시간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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