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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협력의 리더십 발휘할 때다

입력
2023.03.1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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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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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협력관계는 오랫동안 교류를 통해 서로 '윈윈' 협력 관계를 형성해 왔으며, 양국 경제 발전에 기여해 왔다. 일본은 시장 규모는 작지만 압도적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가진 소부장 분야를 강화하고 한국은 이를 활용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자동차 등 거대한 규모를 가진 사업을 발전시켜 왔다. 예컨대 첨단 반도체용 극자외선(EUV) 노광장치에 쓰이는 포토마스크 검사장치의 경우 일본 기업이 100%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에폭시 수지, 일부 반도체 장비 등 일본 기업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분야가 많다. 한국 반도체 산업으로서는 일본 기업과 협력해야만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한일 공생 관계가 계속 약해질 경우 세계 경제의 변화, 즉 미중패권 경쟁과 탈탄소화 등의 과제에 직면한 한국의 주력 제조업으로서는 생존 공간이 축소될 우려도 있다. 대만의 반도체 생산거점의 지정학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한미일을 주축으로 한 반도체 파운드리 공급망을 강화해야 하는데, 유력한 한국거점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한일 관계의 정상화가 필수 과제이다.

제조 강국인 한일 양국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해 협력함으로써 제품 이노베이션을 촉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LG디스플레이 등은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옮겨가는 혁신 과정에서 이데미츠코산 등 일본 기업과 협업하여 큰 도움을 받았다. 새로운 제품, 사업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소재, 부품, 장비를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데, 한일 협력체제의 고도화가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그리고 한일 양국은 주력 제조업의 탈탄소화를 신속하게 달성해야 할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과제 해결이 지체될 경우 주력 산업의 몰락과 함께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매우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있다. 예를 들면, 철강 산업 원료를 석탄에서 수소로 전환하거나 석유화학 원료인 석유를 바이오 원료나 수소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 기술을 빠르게 보급할 필요가 있으며, 수소 등의 기술특허에서 앞선 일본 산업과의 기술 협력이 필요하다. 에너지나 원료의 전환을 위해서는 새로운 자원 공급망도 정비해야 하고 방대한 인프라 전환 비용도 들기 때문에 한일 협력에 의해 규모의 경제성을 처음부터 확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와 같이 한일 경제협력은 양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일 간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으나 양국 간 갈등을 관리하면서 양국 기업 간의 자유로운 협력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각종 협력 사업을 활성화하는 리더십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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