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 특별법' 발의한 김미애 의원
정부입법 보완한 출생통보제 개정안 제출
정부도 '보호출산·출생통보 병행' 힘 싣기
'안전망이 우선' 반론 속 논의 재활성화 기대
#만 18세에 성매매를 하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A씨는 친부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임신중절 수술비 마련도 여의치 않자 혼자 고시원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이후 담요만 감싼 아이를 베이비박스 맞은편 고무 원통 위에 놓고 떠났고, 다음 날 새벽 아이는 추위에 떨다 사망했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해외 입양아에 대한 출생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시절, 해외로 입양된 B씨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숭실대 연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입양기관에서 우리 자매는 쌍둥이라고 말했다는데 DNA 검사를 해보니 자매는 맞지만 쌍둥이는 아니었다. 내 서류의 모든 정보가 다 부정확한 것이고,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뿌리를) 추적할 수 없었다."
'출생통보제' 보완책 담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발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아동'은 A씨의 아이처럼 생명권을 박탈당하거나, B씨처럼 '부모를 알 권리'를 박탈당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
개정안은 출생이 있었던 의료기관의 장이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전산정보시스템에 송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시스템을 통해 향후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출생신고 공백을 메우는 게 주 목적이다. 지난해 3월 비슷한 내용의 정부입법이 있었지만, 의료계 반발을 감안해 이번 개정안엔 '(전산정보시스템 송부 방식으로 통보 의무를) 갈음할 수 있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보호출산제' '출생통보제' 논쟁만 남기고 꽉 막힌 논의
앞서 김 의원은 2020년 '보호출산제'를 골자로 한 보호출산특별법을 발의했다. 보호출산제도 미등록 아동 해결책으로 언급되는 방안이지만, 출생통보제와 접근방법이 다르다. 출생통보제가 부모 혹은 지자체의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라면, 보호출산제는 익명 출산 및 입양 절차를 국가가 지원해 신원 노출을 꺼리는 부모의 출생신고를 유도하는 제도다. 보호출산제를 주장하는 쪽에선 출생통보제가 병원 밖 출산을 부추길 수 있다고, 출생통보제를 주장하는 쪽에선 보호출산제가 입양 외에 다른 선택지를 없애고 부모 정보에 대한 아동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호출산제를 주장하던 김 의원이 출생통보제 법안을 발의한 것은 2020년 이후 미등록 아동 해법 논의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보호출산제만 도입하는 게 우려된다면, 출산통보제를 병행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병행 도입' 논란 여전하지만, 논의 활성화 기대감
하지만 한부모·아동인권단체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관련 단체들은 두 제도를 병행하더라도 보호출산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미혼 부모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고 사회안전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임신기 여성에 대한 상담체계 등 (안전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는데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다"며 "출생통보제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와 김 의원은 두 제도의 병행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출생통보제만 도입하면 병원 밖 출산 우려가 있고, 보편적 출생등록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외적이고 아동의 권리 침해 소지가 큰 제도(보호출산제)만 도입하는 것도 부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출생통보제 도입도 아동보호라는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출생통보제만으로는 한 해 100건이 넘는 아동유기 문제가 해결될 수 없어 보호출산제 도입이 절실하다"며 "이번 법안이 여야 정쟁 속 멈춰 있던 미등록 아동 문제 해결의 물꼬를 터주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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