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혜정 역 연기한 배우 차주영 인터뷰
노출 장면엔 "가진 건 몸뿐인 혜정 완성하는 신"
"혜정, 어디에나 속하고 또 속할 수 없는 캐릭터"
※ 이 기사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교 폭력 피해자 문동은(송혜교)은 "그땐 우리 너무 어렸다"는 가해자 최혜정(차주영)의 뻔뻔한 말에 아궁이에 타고 있던 장작을 얼굴에 들이대 위협한다. "나 스튜어디스야!" 소리치는 혜정을 향해 이어지는 동은의 일침. "이런 걸 잘못이라고 하는 거야, 스튜어디스 혜정아. 다 알면서 하는 거. 다치라고 하는 거. 너가 매일 나한테 한 거."
'스튜어디스 혜정이'는 평범한 세탁소 집 딸로 누구보다 계급 상승의 욕구가 강한 인물. 연진(임지연)과 사라(김히어라)의 형식상 친구지만, 재력으로 따지면 서열은 가장 아래다.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주영(33)은 "혜정은 어디에도 속할 수 있고,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그 중간 지점에 있다고 생각했다"며 "어디에 붙을지 모르는 선을 잘 타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주영은 "혜정의 처음은 연진과 사라가 무서웠던, 동은과 같은 위치였다"면서 "하지만 허영과 허세, 욕심이 두려움과 맞물려 변질되고 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기억에 남는 신으로 동은에게 무릎 꿇고 비는 장면과 혜정이가 연진에게 반격하는 모든 신을 꼽았다. 그는 이에 대해 "혜정이에게 숨 쉴 구멍과 같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파트 2에서 화제가 된 건 혜정의 노출 장면이었다. '불필요한 노출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사실. 하지만 차주영은 "혜정이란 인물 표현을 완성하는 장면"이라면서 "가진 게 몸뚱이밖에 없는 친구가, 한순간도 다른 친구들을 이길 수가 없는데 벗는 순간 만큼은 남부러울 게 없는 것"이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차주영이 '어떻게 지냈어요?'라는 안길호 PD의 질문에 비속어를 섞어 "X같이 지냈어요"라는 답으로 캐스팅이 확정됐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차주영은 "애초에 '오디션도 혜정이로 임해야겠다. (캐스팅 확정을) 받아 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이라 그런 대답이 나왔다"며 웃었다.
차주영의 실제 성격은 혜정과는 접점이 거의 없다. 동료 배우들이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가장 다른 사람으로 차주영을 꼽았을 정도다. 차주영은 "휴대폰 메모장에 욕설을 가득 담아 다니고 집에서 가족들 양해를 구하고 혼자 방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욕 연습을 했다"면서 "혜정을 연기하고 나니 신중하고 말을 아끼는 편이던 성격이 좀 더 단순하게 표현하는 성향이 됐다는 점은 반갑다"며 웃었다.
'동은의 불행에 크게 웃던 그 입'을 가진 혜정은 결국 사라에 의해 목소리를 잃는다. 결말에 대해 차주영은 "외적인 모습밖에 없는 혜정이 무기를 잃은 셈이니 참혹한 결말"이라면서도 "그래도 영악한 친구라 회복하고 살아 남을 방법을 찾을 것 같다. 정신 차려서 조금이나마 착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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