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수도권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내놨다. 반도체를 비롯해 이차전지, 미래차 등 6대 첨단산업을 육성할 전국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새로 지정하고, 기업들은 향후 3년간 총 550조 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파격 지원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번에 조성되는 15개 국가산단 중 핵심은 경기 용인의 710만㎡(215만 평) 부지에 조성되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다. 단일 단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향후 20년간 300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 5개를 건설하고, 정부는 최대 150개의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등을 유치한다. 기존 기흥∙화성∙평택∙이천과 결합하면 메모리와 파운드리, 팹리스 등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수도권에 구축된다. 인공지능(AI) 시장 팽창 등으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대만 TSMC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삼성으로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반도체 등 전략산업의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정부와 여야가 모처럼 한 방향으로 반도체 살리기에 나선 건 고무적이다.
하지만 보완할 부분도 많다. 이번 대책은 수도권에 대규모 공장 증설을 허용하고 개발제한구역을 푸는 등 균형발전을 해치는 내용을 상당수 담고 있다. 정부가 지방에 나머지 14개의 국가산단을 만들기로 한 것도, 삼성이 계열사 지역 사업장에 6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것도 이런 우려를 의식해서다. 기업들의 투자 금액이 기존 발표의 재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속도전’도 중요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균형발전 저해와 특혜 논란 등을 보완할 실질적인 대책에도 신경을 쏟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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