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지역 정부 '새벽 등교' 시행
학생 안전 위협 등 우려에도 강행 태세
"목표는 아이들 최고 대학 진학하는 것"
6일 인도네시아 누사틍가라티무르주의 도시 쿠팡에서 아침 일찍 고등학생들이 모여 교내 점호를 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새벽 5시 30분부터 10개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시작한다. 쿠팡=AF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의 한 지역에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새벽 등교'를 도입했다. 해가 채 뜨지도 않은 새벽 5시 30분부터 수업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은 졸린 상태로 깜깜한 거리로 나서는 처지가 됐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비판 여론이 확산했지만, 지역 정부는 밀어붙일 태세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최근 인도네시아 누사틍가라티무르주(州)의 도시 쿠팡에서 10개 고등학교의 12학년 학생들이 새벽 등교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교육제도에 따르면 12학년은 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한다. 지난달 빅토르 라이스코다트 주지사는 "교사와 학생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새벽 5시에 학교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학교에서 새벽 등교를 시범 시행했다. 인도네시아 학교의 평균적인 등교 시간은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다.
AFP통신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깜깜한 길을 걷거나 제시간에 학교에 가려 오토바이 택시를 기다리는 쿠팡의 새벽 풍경을 전했다. 16세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칠흑같이 어둡고 고요한 시간에 집을 떠나는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당사자인 학생 역시 "학교 가는 길에 범죄자나 주정뱅이를 마주칠까 무섭다"고 털어놨다. 또 "하교 이후에는 너무 졸려서 바로 잠든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새벽 등교가 학생들의 건강과 학업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누사 첸다나대의 교육 전문가 마르셀 로봇은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과 새벽 등교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수면 부족은 학생들의 건강만 위협할 뿐"이라고 AFP에 전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2014년 이미 중·고등학생의 등교 시간을 '오전 8시 30분' 이후로 늦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청소년기의 뇌가 잠에서 깨는 시간이 오전 8시 이후라는 이유에서다.
인도네시아 아동보호위원회 역시 해당 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여론을 반영해 지역 정부에 정책을 철회하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사틍가라티무르주 정부는 논란에도 새벽 등교를 유지할 분위기다. 관련 제도를 제안하며 "고등학생들은 모두 오후 10시에 자고 오전 4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밝힌 라이스코다트 주지사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인도네시아 국영 신문 콤파스는 새벽 등교 논란이 확산하자 법적 근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스스로 근거를 생각해보라"며 "목표는 아이들이 인도네시아와 해외 최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또 학교뿐 아니라 교육청도 오전 5시 30분에 업무를 시작하는 등 관련 정책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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