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저체중아 생길 위험 높여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은 한 번쯤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린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 병원에 가면 “두통도 출산까지 험난한 과정 중 하나”라며 진통제를 처방해준다. 임신과 관계없이 하루에 한두 알 정도는 괜찮다는 말에 임신부들은 안심하고 복용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배 속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하게는 선천성 기형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주영 성균관대 약대 교수 연구팀(최은영·최아영 박사과정)은 연동건 경희대 의대 교수, 한정열 일산백병원 교수와 함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NSAID)를 임신 초기에 사용하는 것이 태아의 선천성 기형과 저체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NSAID는 통증 조절과 염증 완화에 효과가 있는 약물이다. 열을 동반한 급성 호흡기 감염에서부터 만성 염증성 장 질환, 류마티스 질환 등을 치료하는 데 주로 쓰인다.
대표적인 성분으로는 이부프로펜(덱시부프로펜), 록소프로펜, 나프록센 등이 있다. 이 약물은 오랜 기간 폭넓게 사용됐지만 임신 중 사용에 대한 안전성은 완전히 확립되지 못했다.
연구팀은 2010∼2018년 임신부ㆍ신생아 관련 보건의료 빅데이터(189만8,397명)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임신 초기 2번 이상 NSAID을 처방받아 복용한 임신부와 한 번도 처방받지 않은 임신부를 나눠 두 집단의 부작용 발생 위험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NSAID 복용군에서 태어난 아이가 선천성 기형과 저체중을 앓을 위험도는 NSAID 비복용군보다 각각 1.14배와 1.29배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또 임신부에게 양수감소증이 발생할 위험도 NSAID 복용군이 1.09배 높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국제 학술지 ‘영국 의학 저널 오픈(BMJ Open)’에 제시된 논문 내용을 뒷받침한다.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대 연구팀은 1985~2015년 임신부ㆍ신생아 데이터 뱅크 자료를 분석해 임신 중 NSAID 복용이 임신 진행과 신생아에 좋지 않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84%가 임신 후 12주 안에 아세트아미노펜과 NSAID를 복용했는데 이로 인해 신생아 입원 위험, 사망 위험, 조산 위험, 신경관 결함 위험 등이 50% 이상 높아졌다.
신주영 교수는 “임신 초기 NSAID 처방은 치료의 득과 실을 따져 주의 깊게 내려야 한다”며 “사용이 불가피하면 임신부와 태아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짧은 기간만 쓰는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공공 과학도서관-의학(PLOS Medicine)’ 최신 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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