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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호진, ‘김치·와인 강매’ 관여 여지 많아"... 검찰과 정반대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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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호진, ‘김치·와인 강매’ 관여 여지 많아"... 검찰과 정반대 결론

입력
2023.03.1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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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태광 실무 보고받은 증거 없어" 불기소
공정위 시정명령 취소 소송서도 승소했지만
대법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적 역할" 파기환송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2011년 1월 22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연합뉴스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2011년 1월 22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연합뉴스

태광그룹의 김치·와인 계열사 강매 사건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같은 사안을 두고 이 전 회장을 무혐의 처분했던 검찰과는 정반대 결론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6일 이 전 회장과 태광 계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전 회장 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계열사들에 대한 과징금 납부 명령이 적법하다는 원심 판단은 유지됐다.

공정위는 2014년 4월∼2016년 9월 태광그룹이 19개 계열사들에 총수 일가 소유 업체인 휘슬링락CC(티시스)와 메르뱅에서 생산한 김치와 와인을 강매한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부당 이익 제공 행위로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2019년 이 전 회장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계열사들에 20여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 전 회장과 계열사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사건 총 거래액은 약 14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2년여간의 수사 끝에 강매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조사된 김기유 당시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만 재판에 넘기고 이 전 회장은 불기소 처분했다. 이 전 회장이 김치·와인 거래와 관련한 재무 상황을 보고받거나 범행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시민단체와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는 이에 태광그룹 경영 구조 현황과 임직원 증언 등 추가 증거와 함께 대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나온 직후 공정위 상대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원심 재판부는 검찰과 유사한 취지로 "기업집단의 경영기획실을 통해 이뤄진 모든 결정사항에 회장이 관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전 회장에 대한 시정명령이 위법하다고 봤다. 다만 태광그룹 계열사들에 부과된 과징금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날 이 전 회장이 태광에 대한 지배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강매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내렸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은 태광의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적 역할을 하는 자로, 김치와 와인 거래가 티시스와 메르뱅에 안정적 이익을 제공해 변칙적 부의 이전, 지배력 강화,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에 기여했다"며 "이 전 회장은 티시스와 매르뱅의 이익과 수익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이 전 회장은 ‘그룹 시너지’가 중요 평가 항목으로 포함된 계열사 및 경영진에 대한 평가 기준을 승인함으로써 계열사 경영진에게 내부거래, 특히 이 전 회장 일가 지분이 높은 티시스 등을 지원할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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