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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전 버스터미널서 길 잃은 아들, 유전자 채취로 엄마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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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전 버스터미널서 길 잃은 아들, 유전자 채취로 엄마 찾았다

입력
2023.03.16 16:20
수정
2023.03.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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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때 수원에서 실종돼 독일 입양
한국 찾아 유전자 등록했지만 실패
작년 친모 정보등록 덕에 극적 상봉

1981년 수원 버스터미널에서 실종돼 독일에 입양됐다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42년 만에 가족을 찾은 A(가운데)씨가 16일 경기 여주경찰서에서 경찰 및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A씨는 여주의 한 식당에서 친모와 만났다. 경찰청 제공

1981년 수원 버스터미널에서 실종돼 독일에 입양됐다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42년 만에 가족을 찾은 A(가운데)씨가 16일 경기 여주경찰서에서 경찰 및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A씨는 여주의 한 식당에서 친모와 만났다. 경찰청 제공

“아들 찾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했어요.”

16일 경기 여주의 한 식당. 67세 엄마는 42년 만에 만난 둘째 아들(46)을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아들 A씨는 “친가족과 재회하게 돼 큰 축복”이라고 했다. 동생의 손을 맞잡은 첫째 아들(48)도 감정이 북받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햇다.

1981년 네 살이던 A씨는 수원 버스터미널에서 아버지와 밖에 나갔다가 길을 잃었다. 이후 아동보호시설을 거쳐 그해 바로 독일 가정에 입양됐다. 성인이 된 그는 입양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버스터미널에서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09년엔 한국을 찾아 수원 서부경찰서에 “가족을 찾고 싶다”며 유전자 등록까지 했다. 하지만 A씨 유전자와 일치하는 사람은 없었다.

기적은 13년 뒤 일어났다. 지난해 6월 친모 B씨가 “헤어진 아들을 찾고 싶다”며 여주경찰서에 유전자 등록을 한 것이다. 한달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친자관계 가능성이 크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두 사람의 유전자를 다시 한번 채취해 2차 정밀 분석만 하면 모든 절차는 끝이었다. 문제는 이를 위해 독일에 거주하는 B씨가 재입국해야 했다. 경찰청은 2020년부터 외교부 등과 함께 운영해온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주독일한국대사관 측이 A씨의 유전자 정보를 제공했고, 올해 1월 국과수 분석을 거쳐 모자 관계가 최종 확인됐다.

이별의 시간이 길었던 탓에 아버지는 오래전 세상을 떠났다. 그는 현재 독일에서 심리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날 상봉식에서 “마침내 내 과거와 뿌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라며 웃었다.

현재 14개국 34개 재외공관에서 운영 중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통해 입양인과 한국 가족의 친자관계가 확인된 건 A씨가 세 번째다. 2020년 10월에는 1976년 세 살 때 외할머니와 외출했다가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윤모씨가 44년 만에 친모를 만났다. 2021년 7월엔 1959년 네 살 나이에 인천의 한 시장에서 친오빠 손을 놓쳐 가족과 생이별한 후 수녀에게 입양된 진모씨가 유전자 분석을 거쳐 두 오빠와 극적 상봉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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