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구독'이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의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에서부터 꽃, 그림, 와인, 고기 구독이라는 말도 보이고, 최근에는 여행 구독도 생겨났다.
'구독(購讀)'의 원래 뜻은 '책이나 신문, 잡지 등을 구입하여 읽음'이다. 그러므로 구독의 대상은 읽을거리여야 할 것이나, 요즘 가장 많이 구독하는 것은 '먹방'과 같은 영상 채널이 아닐까 한다. 이때 '구독'의 의미는 '방송, 영상 (채널) 등을 계속해서 받아 보다' 정도가 된다. 2000년대 중반,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쓰인 'subscribe'를 우리나라에서 '구독'으로 번역하여 쓴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독은 '읽는 것' 대신 '듣거나 보는 것'이 되었고, 무료로도 가능하므로 '구입하여'의 의미는 약화되었다.
신문 기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꽃 구독', '그림 구독', '고기 구독'에서의 '구독'은 2010년 이후에 활발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구독'은 주로 '정기적으로 결제를 하고 어떤 물품을 받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쓰인다. 꽃이나 식음료 구독은 대부분 정기적으로 배송을 받는 것, 미술품 구독은 정기적으로 대여를 받는 것을 말하므로 '정기 배송'이나 '정기 대여'와 같이 다른 표현을 쓸 수 있는 자리에도 구독을 쓰고 있다. 구독의 대상은 다양해졌고, 범위는 넓어졌다.
언어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소멸한다. 종이신문이 아닌 전자신문이 생겨나면서 이미 구독의 의미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느 때보다 다양하게,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 '구독'은 지금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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