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법, 다시 법원 판단 받을 상황에 놓여
반대 여론도 거센 상황…해법 동력 잃을 가능성
특별법 제정도 험로…지속가능한 해법 마련 필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를 일단락지었다. 하지만 여진은 남았다. 피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포함해 국내 여론 과반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번 회담이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례 없는 '제3자 변제'…반발한 피해자들 다시 법적 소송으로
당장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이 암초를 만났다.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다른 피해자 유족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추심금 소송을 15일 제기했다. 우리 기업이 대신 배상하는 정부 해법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추심금은 현금화 절차 대상인 주식이나 특허권과 달리 경매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채권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법원이 추심 절차에 나서면 정부 해법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대리인단은 정부가 일본 피고기업을 대신해 돈을 법원에 공탁하면 그 법적 효력도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당사자 동의 없는 변제 공탁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의 해법안은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며 "결국 공이 다시 법원으로 넘어온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제동원 해법 반대 여론 60%
국민여론도 탐탁지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3~1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강제동원 해법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60%에 달했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한 긍정평가도 각종 조사에서 30%대로 주저앉았다. 정상회담 이후 정부가 기세를 몰아 여론을 돌리기 쉽지 않은 구도다.
야당의 비판도 거세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강제동원 정부 해법을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데 일본만 걱정하며 안심시키려 애쓰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14일 최희식 국민대학교 교수는 현대일본학회 주최 토론회에서 "지속가능한 강제동원 해법을 숙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정부 해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한 한일관계를 발전시키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별법 제정 만만치 않아... 한일관계 과거로 돌아갈 우려
일본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강제동원 피해자는 1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제대로 구제하지 못하면 이 사안은 두고두고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포괄적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앞서 이와 관련된 법안이 여럿 상정됐지만 대부분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한일관계에 밝은 전 외교관은 "국회가 초당파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정부가 발표한 방안이 번복되면 한일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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