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손자 비자금 폭로로 추징금 주목
사망 후 추징 절차 중단... 상속도 안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가 가족 비자금 은닉 의혹 등을 폭로하면서 전씨가 아직 납부하지 않은 900억 원이 넘는 추징금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폭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전씨가 숨겨둔 범죄 수익금도 환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행법상 사망한 이의 추징금은 몰수할 수 없고, 상속도 되지 않아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추징은 어려운 형편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씨의 미납 추징금은 총 922억 원이다. 그는 1997년 내란 및 뇌물수수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의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1,283억 원(58.2%)만 집행됐다. 검찰이 2013년 5월 전담팀을 구성해 대대적 강제수사에 나서고도 환수한 추징금은 전체의 절반 정도다. 처남 이창석씨와 차남 전재용씨가 구속돼 장남 전재국씨가 기자회견까지 열어 추징금 환수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허사였다.
전씨가 2021년 11월 사망하면서 추징금 환수는 더 어려워졌다. 형사소송법에는 미납 추징금 집행 절차는 당사자가 숨지면 중단된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전씨의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가 검찰을 상대로 낸 서울 연희동 집 별채 압류처분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국고로 환수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몰수, 추징 등 재산형 재판의 집행은 재판 당사자에 국한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숨진 사람이 미납한 추징금은 상속이 안 되며, 상속 재산 대상으로도 집행이 불가하다”며 “현행 법률체계에서 검찰은 대법원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지급 절차가 남은 공매 대금(경기 오산시 임야 55억 원)은 추징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전씨 일가가 보유한 오산 일대 임야 2필지의 공매 대금 20억5,200여 억 원과 재국씨가 지분 일부를 보유한 출판사 시공사 관련 3억 원을 추징했다.
국회의 입법 보완 조치도 지지부진하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6월 ‘전두환 추징3법’을 대표 발의했다. 추징금을 미납한 자가 숨지더라도 상속재산에 대해 추징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자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한 차례 상정됐을 뿐, 법원행정처와 일부 의원의 반대로 계류 중이다. 유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두환 일가가 사용하고 있는 검은돈을 환수하기 위해 전두환 추징3법을 신속하게 심사ㆍ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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