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위협 과시 차원
4월 공언한 정찰위성 발사 앞선 준비작업
현장 참관 김정은 "적들에게 두려움 줘야"
북한이 16일 '괴물'로 불리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다. 다음 날 공개한 사진에는 미사일 발사 장면 외에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붉은 화염이 치솟는 미사일과 푸른색의 평온한 지구. 서로 극명하게 대조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왜 지구 사진을 내세웠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에서 촬영했는지도 언급이 없었다. 다만 정황상 ICBM 탄두부 등에 카메라를 부착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17형의 위력을 과시하면서 북한이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암시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상청은 구름 위치가 시시각각 변하고 정확한 촬영 각도를 알 수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촬영 날짜 판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화성-17형 발사 성공 과시용?
북한이 우주에서 찍었다고 주장하며 지구의 전경사진을 보여준 전례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주변국을 겨냥한 미사일 도발을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라고 강변하며 비군사적 목적을 강조했다. 지난해 2월과 3월에 ICBM을 쏘고도 “정찰위성 시험”이라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위성이라는 단어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대신 “고도화되는 우리 핵전략무력의 가동체계에 대한 확신과 담보를 뚜렷이 입증했다”,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핵전쟁 억제력 강화로 적들에게 두려움을 주라” 등 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호전적 발언을 앞세웠다. 현장에는 딸 주애도 동행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ICBM 성공 발사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려고 증거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16일 화성-17형 성능 시험 발사에 실패하자 8일이 지나 기존 화성-15형 발사 영상 일부를 짜깁기하는 방식으로 조작해 공개했다가 망신을 샀다.
반면 지난해 11월에는 화성-17형이 정상궤적으로 날아가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이 이번에 화성-17형 시험발사가 아닌 ‘훈련’이라고 처음 지칭한 것은 이미 실전 배치가 끝났다는 자신감이 담긴 표현이다. 국방백서는 이들 ICBM의 사거리를 화성-15형은 1만㎞ 이상, 화성-17형은 1만3,000㎞ 이상으로 기술했다.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성능을 갖췄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17일 “화성-17형 성공을 입증하면서 지구 사진을 통해 우주 공간에서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강조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찰위성’ 발사 준비 암시?
북한은 이날 “가동성과 신뢰성을 확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이번 발사훈련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에 비춰 조만간 ICBM 정상각도 발사나 군사위성 시험발사에 나설 전망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4월까지 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마치겠다고 공언한 만큼 위성발사를 앞두고 위성사진 촬영 기술, 데이터 전송 등 관련 준비를 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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