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식품ㆍ의료제품 이야기] 김현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염물질과장
복어는 한국ㆍ일본 등에서 즐겨 먹는 어종으로 맛과 영양학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고급 식재료다. 중국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복어 요리를 먹고 “그 맛은 가히 목숨과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극찬했다.
복어는 시원한 국물 맛으로 콩나물과 미나리를 넣어 탕으로 즐겨 먹지만 육질이 단단하여 접시의 문양이 비칠 정도로 얇게 썰어 회로도 즐겨 먹는다.
맑은 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주로 서식하는 복어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남해안에 서식하며 바닥이나 암초에 있는 갑각류ㆍ게ㆍ새우ㆍ오징어 등을 잡아먹는다. 복어는 앵무새 부리와 같은 이빨을 가지고 있는데 매우 날카롭고 길어 낚시줄을 끊을 정도로 강하고 어떤 종은 몸에 가시가 있어 자칫 잘못 건들다간 피를 보기 십상이다.
복어 종류는 전 세계적으로 120~130종이 알려져 있지만 가시를 가진 장미처럼 둥글고 깜찍한 외형과 달리 알ㆍ간ㆍ정소(精巢)ㆍ껍질 등에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을 가지고 있어 식용으로 가능한 종류는 21종 정도다.
테트로도톡신은 전형적인 신경 독으로 섭취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잠복기는 20~30분에서 6시간 정도이며 증상이 심할수록 잠복기가 짧다.
초기에는 입술이나 혀끝이 마비되다가 점점 얼굴ㆍ손가락ㆍ팔다리로 퍼지고 결국 운동 능력을 잃어 걷기 힘들어지며 심하면 혈압 저하와 호흡 마비로 목숨을 잃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해독제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복어를 먹고 복어 독에 중독된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매우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식용 복어 외에 지구온난화로 종을 가리지 않고 교배한 잡종 복어가 나타나고 있고 동일한 어종이라 하더라도 계절에 따라 독성에 현저한 차이가 있기에 직접 잡아서 먹으면 절대 안 된다. 전문가가 손질한 복어를 구입해 조리하거나 전문음식점에서 섭취해야 한다.
복어뿐만 아니라 최근 제주도ㆍ부산 등에서 발견되고 있는 파란선문어는 복어보다 훨씬 높은 농도의 테트로도톡신을 가지고 있다. 주꾸미와 크기ㆍ모양이 비슷하며 위협을 느끼면 머리에 파란 선이 선명해지는데 옷이나 잠수복을 뚫을 정도로 강력한 이빨을 가지고 있기에 만지지도 말고 먹어서도 절대 안 된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 말이 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옛날에는 일단 먹고 배를 불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맛있는 것이 차고 넘치는 요즘에는 건강하고 안전하게 음식을 섭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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