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고수’를 찾아서
사실 이 아이는 크게 문제가 없는 정도예요. 오히려 지금 그 나이에 비하면 피모 상태도 좋고, 훨씬 어리게 볼 정도로 관리가 잘 된 친구예요.
우리동생동물병원 김희진 원장에게 반려견 ‘다솜이’(10)에 대해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실제로 다솜이는 겉으로보기에 매우 건강해 보였습니다. 특히 닥스훈트 품종 특유의 똘망똘망한 눈빛이 돋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눈에는 사진으로는 쉽게 보이지 않는 질병이 담겨 있습니다. 바로 백내장입니다.
나이 든 반려견 보호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안과 질병인 백내장. 안구에서 빛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병입니다. 수정체가 혼탁한 까닭에 빛을 모으는 역할을 잘 못하게 되고, 자연스레 시야가 흐릿해지게 되죠. 방치하게 되면 끝내 시력을 잃게 됩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병이 진행된 뒤의 일입니다. 김 원장은 “다솜이의 경우는 백내장이라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눈이 깨끗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다솜이가 병원에서 백내장 진단을 받은 건 4년 전인 2019년의 일입니다. 그러나 4년이 지나도록 질병은 크게 진행되지 않은 겁니다. 백내장이 수술 이외에는 완치가 불가능하고, 최대한 진행을 늦추도록 관리해 주는 질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다솜이 보호자 김효순 씨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간 첫째 영향일까.. ‘병원 가까이하는 보호자’ 되다
다솜이의 생년월일은 2012년 5월 9일입니다. 이는 다솜이가 분양받은 개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 분양을받을 사람은 효순 씨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다솜이를 분양받은 효순 씨의 지인이 파양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그는 전북 군산시까지 한달음에 달려가 다솜이를 데려왔다고 합니다. 다솜이 생후 2개월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입양 이후 다솜이의 건강 상태는 양호했습니다. 효순 씨는 “코, 발바닥에 작은 상처가 나는 정도는 있었지만, 그 외에는매우 건강했다”며 “지방종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큰 문제가 없어서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다솜이가 지내온 나날을 소개했습니다.
다솜이의 건강 상태가 양호함에도 효순 씨는 꾸준하게 동물병원을 찾고 있습니다.
강아지들은 자기들이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잖아요. 그러니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는 부분이 있으면 기록해두고 병원 검진 때마다 물어보기도 해요.
이렇게 병원을 가까이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아픈 과거도 있었습니다. 효순 씨는 다솜이를 입양하기 전, 키우던 ‘레이’라는 반려견이 더 있었습니다. 레이는 다솜이와 함께 효순 씨의 반려견으로 살다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레이가앓던 병은 심장병. 그는 “레이의 심장병을 알기 전만 해도 동물병원을 자주 가는 편이 아니었다”며 “레이가 기침을 자주하기에 감기인 줄 알고 찾아간 동물병원에서 심장병을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레이의 병을 알게 된뒤에도 다솜이도 덩달아 병원을 가까이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솜이의 눈 건강을, 어쩌면 레이가 지켜준 것 아닐까요?
그런 면도 조금은 있겠죠. 레이는 사실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잡혀 있지 않을 때 키우던 친구라, 좀 미안함이 있어요. 다솜이를 키울 때는 그보다 더 잘 키우겠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관리의 고수’는 병원과 상의해서 만들어졌다
백내장은 초기에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질병입니다. 눈을 자세히 봐야만 눈동자에 다소 혼탁해진 수정체를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빛에 반사돼 착각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 까닭에 백내장을 확인하려면 결국은 동물병원에서 검진을 받아야합니다. 효순 씨 역시 그렇게 백내장을 확인한 사례입니다. 그는 “눈이 조금 뿌옇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에는 빛이 반사돼서 그런가 싶었다”면서 “그러나 이틀 정도 반복해서 보니 뿌옇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아 병원에 가서 확진을 받게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백내장인 걸 확인하게 되면, 이후에는 관리를 잘 해줘야 합니다. 백내장이라고 하면 덜컥 ‘수술부터 해야 하는 것아닌가?’ 싶은 보호자들도 있습니다. 효순 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김 원장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는 “안과수술을 실시하면 치료가 되기는 하나, 다솜이는 그럴 단계도 아니다”라며 “대부분 백내장을 앓는 반려견들의 경우 노견이라 수술을 잘 감당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인 효순 씨는 그때부터 적극적인 다솜이의 눈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매일 처방받은 안약을 넣어주고 있죠. 산책 시간도 관리해 주고 있습니다. 대낮은 피하고, 아침 혹은 해가 진 저녁에만 나가고 있죠. 전문가들은 안구가 자외선에 오래 노출될수록 백내장 진행이 심해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조언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백내장 치료에 드는 약물 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안약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해 투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김 원장은 “겉으로 보기에 백내장이라고 해도, 수정체가 딱딱해지는 ‘노령성 핵경화’일 가능성도 있다”며 “이경우는 안약이 별 의미가 없으니 결국 정확한 진단은 동물병원에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효순 씨도 “약값이나병원비는 누구나 부담스럽겠지만, 약을 임의로 구매해서 치료하다 보면 결국 아이가 더 잘못될 것”이라며 “정확한 진단과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게 아이를 위한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백내장을 잘 관리하는 데 성공한 효순 씨의 최근 과제는 다솜이의 ‘체중 조절’입니다. 닥스훈트 특성상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와 관절 문제를 예방해야 하는데, 이 첫걸음이 바로 체중 감량이어서입니다. 다솜이가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내며 매일을 행복하게 하는 게 효순 씨의 목적이라고 하네요.
다솜이가 잘 모르는 사람이나 강아지와 있는 상황들을 많이 무서워해요. 대신 가족들과는 잘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죠. 그래서 다솜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선에서 가족여행을 더 자주 다니려고 해요. 남은 시간 동안 행복한 기억만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렇게 후회 없이 사랑만 주고 떠나보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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