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재발급 소송 대법서 최종 패소
법원 "재발급 안 하는 게 공익 부합"
"의료 면허 취소·재발급 요건 강화돼야"
알고 지내던 여성에게 약물을 투약해 숨지게 하고 사체까지 유기한 전직 의사에게 면허를 재발급해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16일 전직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면허 재발급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2년 지인 B씨에게 수술용 전신마취제 등 약물 13종을 섞어 투약해 숨지게 하고 사체를 인근 공원에 유기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와 사체유기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4년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 받았고, 의사 면허도 취소됐다.
A씨는 2017년 보건복지부에 면허 재발급을 신청했다. 현행법상 복지부는 면허가 취소된 날로부터 최대 3년이 지난 의료인이 개전의 정(반성과 참회 정황)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발급해줄 수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2020년 A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부 사례는 A씨가 처음이었다.
A씨는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재발급 거부 처분은 의료인 복귀를 허용하고 있는 법 취지에 반하고, 오랜 시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취지였다.
1심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가 ①사건 이후 이혼하고 의료기업 판매업 등을 전전하면서 참회의 시간을 보냈고 ②출소 이후 매주 비영리민간단체에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해온 점을 고려하면 반성과 참회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된 약물은 산부인과 개원의였던 A씨 입장에선 근육이완제와 혼동 가능했다"며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의사 면허를 줄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건의 중대성'에 주목했다. "A씨는 업무 외적인 목적으로 여러 약품을 무분별하게 혼합 투약해 숨지게 하고 사체를 유기해 죄질이 중하다"며 "복지부가 2014년 이후 의사면허를 재교부한 내역을 보면 A씨 사건처럼 사망에 이른 경우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의료법의 목적이 있다"며 "A씨 범행의 경중을 고려해보면 면허 취소가 그 목적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다.
"사체유기는 의사면허 취소 사유가 아니라 재발급에서도 반영돼선 안 된다"는 A씨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정면으로 배척했다. "의사 면허 취소와 재발급 요건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처벌 내역을) 재발급 관련 사정으로 고려하는 게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의사 면허 취소 및 재발급 요건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범죄 유형과 상관 없이 형사 재판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의사 면허를 취소하고, 재발급 요건도 촘촘하게 가는 쪽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법원도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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