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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농구에 만화 찢고 나온 '빨강머리 강백호'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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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농구에 만화 찢고 나온 '빨강머리 강백호'가 떴다

입력
2023.03.22 05:5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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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최승빈, 강백호 싱크로율 100%
외모도, 플레이 스타일도 닮아
농구 시작 계기도 짝사랑한 친구 때문

건국대 '강백호' 최승빈이 만화 영화 '슬램덩크'를 보고 반한 강백호의 빨강머리를 하고 코트를 누비고 있다. 최승빈은 강백호처럼 초등학교 때 짝사랑하던 친구가 농구를 하는 다른 친구를 좋아해 질투심에 농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농구연맹 제공

건국대 '강백호' 최승빈이 만화 영화 '슬램덩크'를 보고 반한 강백호의 빨강머리를 하고 코트를 누비고 있다. 최승빈은 강백호처럼 초등학교 때 짝사랑하던 친구가 농구를 하는 다른 친구를 좋아해 질투심에 농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농구연맹 제공

만화 영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현실판 강백호’가 대학농구에 등장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빨강머리를 하고 우당탕탕 코트를 달린다. 키는 191㎝로 골밑 자원치고 작지만 장신들 사이에서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몸을 던지는 허슬플레이도 즐긴다. 심지어 농구공을 처음 잡은 계기도 똑같다. 짝사랑하던 친구(채소연)가 농구하는 다른 친구(서태웅)를 좋아하는 걸 보고 질투심에 시작했다.

건국대 포워드 최승빈(22)은 최근 새빨간 머리로 화제다. 그의 짧은 경기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관심도 부쩍 커졌다. 20일 2023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대학농구 U-리그가 열리는 서울 중구 동국대체육관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최승빈은 “가만히 있다가 SNS 팔로어가 갑자기 늘었다”면서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염색 전 SNS 팔로어 수는 600명대에서 단숨에 2,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강백호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고 빨갛게 염색을 한 이유는 실제 만화 주인공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2001년생으로 1990년대 만화 슬램덩크에 친숙한 세대는 아니지만 지난 1월 영화로 재탄생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매력에 푹 빠졌다. 문혁주 건국대 코치는 “올해 제주도 동계훈련 때 선수들에게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영화를 보여줬더니 ‘강백호처럼 염색을 해도 되느냐’고 묻더라. 선수도 상품성이 있으면 좋으니까 말리진 않았다”고 밝혔다.

20일 동국대와 대학농구리그 경기 중 왼쪽 눈썹 부위가 찢어져 반창고 투혼을 발휘한 최승빈. 김지섭 기자

20일 동국대와 대학농구리그 경기 중 왼쪽 눈썹 부위가 찢어져 반창고 투혼을 발휘한 최승빈. 김지섭 기자

최승빈은 “슬램덩크 만화를 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그간 마음에 확 와닿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동계훈련 기간 영화를 보니까 강백호가 참 멋있더라. 투지와 넘치는 파이팅이 멋있었고, 약간 생각 없는 플레이를 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감이 좋았다”고 강백호에 푹 빠진 이유를 설명했다. 강백호 머리를 구현하는 데 든 비용은 5만 원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에 직접 염색과 탈색을 하기 때문에 1만5,000원에서 2만 원 정도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엔 염색약을 잘못 주문해 미용실 가서 5만 원에 했다”며 웃었다.

러시아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최승빈은 어린 시절 농구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수원 매산초등학교 3학년 때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 친구가 농구부로 전학 온 다른 친구를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농구공을 처음 잡게 됐다. 그는 “짝사랑하는 친구가 농구하던 친구의 이름에 ‘우윳빛깔’을 붙이면서 응원하더라. 질투가 나서 집으로 가 부모님에게 농구시켜달라고 졸랐다”고 떠올렸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홍보물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연합뉴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홍보물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연합뉴스

농구 성향도 강백호와 비슷하다. 작은 키로도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면서 골밑을 든든히 지키고,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살린다. 공교롭게도 20일 동국대전에서는 붕대 투혼을 발휘한 만화 속 강백호처럼 상대와 충돌로 눈썹이 찢어져 피가 나는데도 반창고를 붙이고 계속 뛰었다. 최승빈은 “슬라이딩을 하고, 공중에서 상대와 부딪치는 게 짜릿하고 재미있다”며 “코트 위 내 역할은 분위기 메이커”라고 강조했다.

최승빈이 15일 연세대전에서 중거리슛을 던지고 있다. 대학농구연맹 제공

최승빈이 15일 연세대전에서 중거리슛을 던지고 있다. 대학농구연맹 제공

2022시즌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센터 프레디와 골밑을 책임지면서 건국대의 대학농구리그 준우승을 이끌었던 최승빈은 올해 4학년이다. 프로 지명 전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당연히 최종 목표는 우승”이라면서도 “팀이 톱니바퀴처럼 하나가 돼 움직여 차츰차츰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다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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