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 대비 평균 18.61% 하락했다. 2005년 공시가 조사·산정제도 도입 이래 사상 최대폭 하락이다. 공시가 대폭 하락은 지난해 4분기부터 집값이 급격히 하락한 상황에서 정부가 공시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까지 2020년 수준인 69.0%로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시가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확정한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공동주택의 경우, 당시 기준 15억 원 이상은 2025년까지, 9억~15억 원 미만은 2027년까지, 9억 원 미만은 2030년까지 공시가율을 9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에 따라 매년 공시가율을 올렸다. 그러나 당시 집값 폭등 상황에서 공시가율까지 치솟아 국민 불만이 크게 확산됐다.
공시가 하락은 보유세 등 국민 부담의 연쇄 완화 효과를 낸다. 재산세와 종부세 과세표준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작년과 같다고 가정하면, 올해 공시가 8억 원 아파트의 경우 보유세가 2020년 대비 29.5%, 지난해 대비론 38.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도 월평균 3.9% 낮아지고, 지난 2년간 공시가 급등에 따른 재산 가액 상승으로 기초생활보장, 국가장학금 등 수혜 대상에서 탈락한 국민도 다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 하락은 세수는 줄겠지만, 국민으로서는 대체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보유세 부담 완화는 부동산 경기 연착륙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시세의 70%를 밑도는 공시가 현실화 역시 조세정의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정책 가치인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올 하반기에 확정될 2024년 이후 적용 ‘공시가 현실화 계획’ 수정안에는 시장 상황과 경기 등에 유연하게 연동되면서도 시가와 공시가 간 괴리를 합리적으로 줄일 방안이 반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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