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육아119 사회적 협동조합'은 '행복육아코치'를 육성하여 파견하는 사업을 한다. 행복육아코치는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 엄마들을 위해 집으로 방문하여 육아 지식도 전수해 주고 독박육아에 지친 엄마들의 마음도 함께 돌본다. 박혜진 이사가 행복육아코치 사업을 시작한 계기도 울면서 전화하는 초보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해 주다 보니, 아기를 돌보느라 고군분투하는 엄마들과 함께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서울 강북구 인수동의 '밝은누리공동체'에도 독박육아가 없다. 이 빌라, 저 빌라에 흩어져 200~300m 내에서 살아가며 사회적협동조합 도토리어린이집을 만들어 취학 전 어린이들을 함께 돌본다. 도봉구의 '은혜공동체'는 우리어린이집을 만들어 공동육아를 한다. 한 울타리에 사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만 맡겨 공동육아에 참여하는 형태도 있다. 마포의 '성미산 소행주'는 한 울타리에 여러 집이 함께 살며 공동육아방에서 육아를 분담한다. 이들 공동체 어른들은 아이 때문에 공동육아를 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자기 삶을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20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1.5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KDI 최슬기 교수가 미혼 남녀 8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가족 및 결혼 가치관 조사'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 '일에 대한 욕구', '육아의 어려움' 등이 출산 기피 요인으로 나타났다. 같은 연구에서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가 1.96명인 것을 보면 청년들을 둘러싼 경제적·사회적 환경이 그들의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15년간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쏟아부은 예산은 280조 원이라고 한다. 이 예산이 모두 어디에 들어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출산율이 낮으니 어렵더라도 여성들이 아기를 좀 더 낳아야 한다는 캠페인에 들어간 부분이 있다면 그건 청년 세대 입장에서는 가혹함을 넘어 반감이 들 일이다.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청년들이 살 만한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전 과정에 대하여 한 가정이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책임진다는 획기적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이 모두가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옛날, 사람들이 한 마을에서 끈끈한 유대를 가지고 살 때는 대가족 내에서 혹은 마을 어른들이 내 아이 네 아이 구별 없이 아이를 함께 돌보기도 하고, 아이 돌보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는 것이 육아의 형태였다. 대가족과 마을이 사라진 지금 누가 아이 돌봄을 함께 해 줄 것인가. 정부가 촘촘한 육아지원정책과 시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도시의 일반적 주거형태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엄마들이 가지는 고립감은 아이와 어른 모두의 정서를 위태롭게 한다. 행복육아코치는 대가족 시대의 할머니와 고모를 대신한다. 육아를 위해 공동체의 삶을 택한 경우도 아이를 키우기 위해 사라진 마을을 다시 만들어낸 경우다. 아직은 적은 수의 시도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육아가 활발해진다면 적어도 육아가 힘들어서 출산을 기피하는 일은 줄어들 것 같다. 청년들이 살 만한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까지 저출산으로부터 우리사회를 버텨 줄 힘은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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