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새 대표이사(CEO) 후보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27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7일 최종 후보로 선출된 지 21일 만이다. 구현모 현 대표 임기가 이달 말 종료되는 상황에서 곧장 다음 CEO 선임 절차에 들어가도 약 한 달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KT는 당분간 경영공백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KT는 이날 윤 사장이 CEO 후보직을 사퇴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윤 사장은 22일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다",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며 고민을 토로했다고 한다. 자리에 참석한 이사들은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까지 버텨 달라며 만류했지만 뜻을 돌리지는 못했다.
앞서 국민의힘 인사들은 윤 후보를 겨냥해 "구현모 아바타"라고 날을 세웠고, 대통령실은 "공정한 거버넌스(절차)가 필요하다"며 KT 의사결정 자체를 비판했다.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구 대표와 윤 사장에게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곧 KT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질 것이란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윤 사장은 이런 전방위적 압박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사장이 후보직을 포기하면서 KT는 또다시 격랑에 빠져들게 됐다. 지난해 11월부터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CEO 선임 갈등이 도돌이표를 반복하게 된 것. KT는 31일 주총을 열고 윤 사장 CEO 선임안을 표결 처리할 계획이었다. 국민연금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주주의 반대표 행사가 유력한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은 찬성표를 예고하며 세력을 모으면서 양측의 표 대결까지 예측됐다. 하지만 또다시 후보자 공백 사태를 맞으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CEO 선임 절차도 다시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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