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게임개발자대회 GDC
주인공은 생성 AI... 서비스 봇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의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행사장에 깜짝 등장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진짜 김택진'이 아니라, 그를 똑 닮은 가상인간이었다.
'가상인간 김택진'은 이날 미국 게임엔진(게임 제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업체 에픽게임즈 주최 행사에서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신작 게임 '프로젝트M'을 소개했다. 가상인간의 모든 말은 인공지능(AI)이 김 대표의 목소리, 말투, 감정 등을 참조해 영상 속 입모양과 대사를 합성하는 기술(Text to Speech)로 구현됐다. 프로젝트M에도 적용될 기술이다. 미국 사업을 총괄하는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는 "혁신적인 AI와 그래픽 기술력을 집약해 프로젝트M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개발자대회 GDC에서도 주인공은 역시 AI였다. 20일 개막한 올해 대회에선 엔씨소프트처럼 AI 기술력을 뽐내는 업체들이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생성 AI에 관한 연설·회의, 생성 AI를 접목한 신제품 발표엔 여지없이 구름인파가 몰렸다. 챗GPT가 불러온 생성 AI 광풍이 게임업계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코딩 한 줄만 입력해도 AI가 '자동 완성'
주요 참가 업체들은 생성 AI 관련 서비스를 경쟁하듯 들고 나왔다. 유럽 최대 게임업체 유비소프트(Ubisoft)는 생성 AI로 게임 속 배경 캐릭터(NPC)들의 소리를 만들어 주는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 기능을 공개했다. NPC는 이용자의 몰입에 필수적인 존재지만 게임 진행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진 않아, 여기에 게임 개발의 공력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 이럴 때 개발자가 NPC의 특징을 말로 설명하면, 고스트라이터가 NPC의 잡담, 환호, 비명 등 소리를 신속하게 만들어 준다. "비교적 사소한 작업을 생성 AI가 대신하면, 게임 개발자는 더 중요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유비소프트는 밝혔다.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업체 로블록스는 베타 서비스 중인 생성 AI 도구를 개발자들에게 시연했다. △코드를 한 줄만 입력해도 다음에 나올 코드를 자동 완성하고 △'붉은 바위로 이뤄진 협곡'이나 '파란색 연필이 꽂혀 있는 양상추'처럼 문자로 설명하면 해당 이미지를 금방 만든다. 스테파노 코라자 로블록스스튜디오 총괄은 "플랫폼 내 모든 사용자를 제작자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했다. 코딩을 할 줄 모르는 사람도 로블록스 플랫폼 내에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 궁극적 목표란 뜻이다.
게임엔진 업체 유니티도 트위터 등에 새 AI 도구 출시를 암시하는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존 리키텔로 유니티 최고경영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역사상 게임 속 모든 대화는 누군가(사람)에 의해 작성됐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캐릭터의 동기, 성격, 목표만 부여하면 대화 생성에 작가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캐릭터의 대사를 자동 창작해 주는 AI 출시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됐다.
장현국 "생성 AI, 이미 게임 개발에 활용 중"
올 GDC에서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큰 부스를 차린 위메이드의 장현국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대회의 최고 키워드가 AI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메이드 역시 '이런 게임을 원하는데 시나리오를 써달라' 식으로 게임 서사의 초안을 만드는 데는 생성 AI를 이미 일부 활용하고 있다"며 "게임 개발에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게 그래픽인데, AI는 그래픽 작업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생성 AI가 이미 게임 개발에 적용되고 있으며, 지루하고 비효율적인 작업을 점점 더 빨리 대신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블록체인 게임 역시 (작년 대회와 비교해) 실질적으로 한 단계 나아갔다는 느낌"이라며 "내년엔 블록체인이 훨씬 더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게임 개발 및 서비스로 시작한 위메이드는 최근에는 '5년 내 1등 도약'을 목표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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