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죽고 홀로 남은 사춘기 얼룩말
외로움에 말썽 부리다 동물원 밖 탈주
"세로는 건강… 시설 안전 대책 마련"
3시간 동안 서울 광진구 일대를 활보한 수컷 얼룩말 ‘세로’가 부모를 잃은 뒤 일탈 행동을 벌이다 어린이대공원 담장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공원은 내년에 점찍어 놓은 암컷 얼룩말을 데려와 세로와 함께 지내게 할 예정이다.
24일 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50분 대공원을 탈출해 3시간 만에 생포된 얼룩말 세로는 마취에서 깨어나 사육사들의 돌봄을 받고 있다. 조경욱 어린이대공원 동물복지팀장은 “세로가 건강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사육사들이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로 탈출 소식이 알려진 뒤, 지난 1월 서울시설공단 유튜브에 올라온 짧은 영상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세로가 ‘반항마’가 된 숨겨진 사연이 소개됐기 때문이다. 대공원 초식동물마을에 사는 세로는 어린 시절 엄마 아빠 ‘껌딱지’였지만, 부모 얼룩말이 잇따라 죽은 뒤 성격이 달라졌다. 2005년생 엄마 ‘루루’는 2021년에, 1999년생 아빠 ‘가로’는 지난해 자연사했다. 얼룩말 수명은 약 25년이다. 혼자 남겨진 세로는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옆 우리에 사는 캥거루에게 시비를 걸고, 집에도 잘 안 들어오려 했다.
어린이대공원 측에 따르면, 세로는 2019년생으로 올해 만 세 살을 갓 넘겼다. 사람 나이로 치면 사춘기다. 현재 어린이대공원에 얼룩말은 세로 한 마리뿐이라 사육사들이 정성껏 돌봤지만, 세로는 점점 더 예민해졌고 일탈 행동도 잦아졌다. 급기야 전날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동물원 밖으로 뛰쳐나가 거리를 활보하게 된 것이다. 조 팀장은 “세로가 반항은 했지만 과격한 행동을 보이진 않았다”며 “평소 습성을 고려할 때 다시 탈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세로에게는 사육사들이 짝지어 둔 암컷 얼룩말이 있다. 아직 어려서 부모 곁에 머물고 있지만, 내년에는 어린이대공원으로 암컷 얼룩말을 데려와 세로와 함께 지내게 할 계획이다. 사육사들은 세로에게 친구가 생기면 한층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로의 보금자리도 새 단장을 할 예정이다. 나무 울타리를 철제로 바꾸고, 높이도 더 올리기로 했다. 현재의 우리는 2010년 지어졌는데 당시만 해도 관람객 시야와 편의에 맞춰 공간을 조성했던 터라, 동물 복지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조 팀장은 “안전과 복지에 최우선을 두고 시설을 보강할 것”이라며 “갑자기 도로에 뛰어든 세로 때문에 놀랐을 텐데 세로가 차에 치이거나 다치지 않게 양보해 준 운전자들과 시민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린이대공원은 생태공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이미 수년에 걸친 번식 제한 노력으로 종수를 상당히 줄였고, 더 넓은 공간에서 동물들이 흙을 밟으며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사육장 환경을 야생과 가깝게 조성할 계획이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동물들을 당장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인간과 동물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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