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청년 토론회
"청년 의견 수렴 부족" 성토
"정부는 한국이 제조업 중심이라 온실가스를 줄이기 어렵다며 감축목표를 낮췄습니다. 그런데 정작 용인에 반도체클러스터를 확대하는 등 공장을 늘리는 데만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과연 탄소중립을 진지하게 보고 있기는 한가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청년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 A씨가 질문을 던졌다. 반도체 업종에 종사한다는 그는 토론회를 위해 올해 첫 휴가를 썼다고 했다. "청년세대의 의견이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반영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A씨를 비롯한 60여 명의 청년이 기다렸다는 듯 정부 관계자에게 끊임없이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지난 21일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기본계획 정부안을 발표한 뒤 처음으로 청년들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불확실성이 큰 기본계획으로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긴다고 성토했다. 조혜원 기후커뮤니티 턴테이블 활동가는 "이 계획을 2030년, 2050년까지 이행할 사람들은 사실상 우리인데 구체적인 해법 대신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처럼 불확실한 기술만 담겼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한철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환경과장은 "현시점의 산업환경과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빠른 감축이 쉽지 않아 도전적인 목표 대신 향후 이행 가능한 목표로 수정한 것"이라며 "감축기술 상용화를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청년세대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의 김민 대표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다가 기본계획 확정 10여 일을 앞두고 뒤늦게 토론회를 열었다"면서 "이대로 기본계획이 확정된다면 청년의 미래는 사라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는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릴 예정이었지만 청년들의 의견이 쏟아지면서 3시간 넘게 진행됐다. 빅웨이브의 한 활동가는 정부 답변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준비한 패널을 부러뜨린 뒤 퇴장하기도 했다.
토론회 이후에도 질문이 계속되자 김상협 탄녹위 공동위원장은 "위원회가 추가로 의견 수렴 자리를 마련하도록 건의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주대영 탄녹위 사무차장은 "탄녹위 심의와 국무총리 보고, 국회 보고 과정에서 청년 대표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이행 과정을 개선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정부는 오는 27일 시민단체 토론회를 한 차례 더 열어 의견 수렴을 마친 뒤 내달 초에 기본계획을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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