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백서 펴내, 남용 변화 실태 추적
"신종마약류 범람, 심각성 역대 최악"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첫 ‘마약류 감정 백서’를 펴낸다. 지금까지 마약과 관련한 정부 백서는 대검찰청의 ‘마약류 범죄 백서’가 유일했다. 대검이 주로 마약사범 검거 등 처벌 현황 및 통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국과수 백서는 신종 마약류 검출 등 마약류 남용 실태에 중점을 뒀다. 마약범죄의 변화상을 기술한 만큼 대책 수립에 실질적 길라잡이 역할을 할 전망이다.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마약 관련 국내 최고 권위기관인 국과수 독성학과 구성원들은 28일 마약류 감정 백서를 발간한다. 국과수는 약 2년간 작업을 거쳐 마약류를 물질별로 분류하는 체계를 갖추고, 이를 감정정보처리 시스템에 반영해 통계 처리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간 마약류 표준화가 선행되지 않아 남용 실태 자료가 미비했지만 이제 정교한 수치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국내 마약류 감정기관은 국과수와 대검 마약지문 감정센터 두 곳인데, 대부분 감정은 국과수가 수행한다. 지난해 국과수가 처리한 마약류 감정 규모는 8만7,978건으로 대검(4,736건)의 18배가 넘었다.
첫 백서는 신종 마약류의 급속한 확산으로 국내 마약 문제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국면을 맞았다고 진단했다. 국과수가 2017년부터 5년간 국과수 서울연구소에 의뢰된 압수품 및 소변에서 검출된 마약류 변화 추이를 살펴본 결과, 합성대마류는 2017년 4건에서 2021년 484건으로 121배 치솟았고, 케타민 또한 같은 기간 9건에서 221건으로 24.6배 늘었다. 필로폰(1,556건)과 대마(589건) 등 전통 마약류가 각각 2배, 2.2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확산세다. 백서는 “신종 마약류 시장이 일정 수준 이상 형성되면 억제가 어려워 조기 탐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 처방되는 합성아편류의 일종인 펜타닐 남용도 우려할 만하다. 특히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이나 대마 투약자가 옮겨가는 경우가 잦아 병원 처방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펜타닐 남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미국에선 2020년 한 해에만 과다 복용으로 9만1,799명이 숨졌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마약 남용으로 인한 사망(61명) 중 펜타닐(6명)이 필로폰(34명) 다음으로 많았다. 백서는 “펜타닐 남용자 증가는 기존 (마약)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과수는 지난해 합성대마 7종, 합성아편류 1종, 케타민 유사체류 1종 등 신종 마약류를 탐색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시마약류 지정을 요청했다. 2021년엔 세계 최초로 합성대마 ‘브리나카’의 구조를 규명하기도 했다. 임시마약류로 등록되지 않은 물질은 마약과 유사한 효과를 내더라도 기소와 처벌이 불가능하다. 국과수의 기민한 대응이 중요한 이유다. 국과수는 업데이트된 감정 백서를 매년 3월 발간할 계획이다.
국과수는 신종 마약류 확산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마약대응과 신설도 추진 중인데, 무엇보다 인력 보강이 급선무다. 현재 국과수 마약류 감정 인력은 16명으로 연간 8만 건가량의 감정을 수행하기엔 역부족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신종 마약 범람에 대응하려면 인력과 예산 충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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