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파발과 급각체
미국 동부 대서양 연안에서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말을 교체해 가며 달려 열흘 만에 우편물을 배달하던 기마 특급 ‘포니 익스프레스’가 1860년 4월 3일 탄생했지만, 불과 이듬해 대륙 간 전신망이 개통되면서 18개월 만에 망한 사연을 소개한 적이 있다.
말을 이용한 중-장거리 통신은 인류가 말을 길들인 이래 줄곧 이어져왔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도 등장하는 봉화-봉수제와 더불어 파발제(擺撥制)는 침략 등 국경의 다급한 소식을 조정에 빨리 상세하게 전달하는 통신 수단이었다.
파발은 크게 두 가지, 사람이 달려 전하는 ‘보발(步撥)’과 말을 이용한 ‘기발(騎撥)’로 나뉘었다. 조선 역대 조정은 외교-안보 목적의 파발 경로로 각각 의주(서발), 경흥(북발), 동래(남발) 세 방면을 개척, 각 경로에 수많은 역참과 보참을 설치해 인마(人馬)를 상주시켰다. 우정사업본부 온라인우체국에 따르면, 기발로 남발 구간(920리, 약 360km)은 하루 이틀이면 주파했고, 가장 긴 북발 구간(약 2,300리)은 4, 5일이 걸렸다고 한다. 왕명 등 주로 극비 정보의 창구였던 파발제는 하지만 왕권을 위협하던 권력자들에 의해 중간에 노출되는 등 정보전에 악용돼 적잖은 폐단을 낳다가 조선 말 전신제도가 도입되면서 폐지됐다.
기발은 가장 빠른 우편 제도이긴 하지만 말의 지구력 한계 때문에 조선시대의 경우 25리(약 10km)마다 역참을 두고 다수의 교체용 말을 상시 보살펴야 했다. 반면 보발은 상대적으로 느린 대신 보참 간격을 더 길게 둘 수 있었고, 말에 비해 운영 비용이 덜 들고 험준한 산길에서도 밤낮없이 전천후 가동되는 장점이 있었다. 중국 송대 문헌에 기록된, 속도 기준 인편-마편보다 빨랐다는 ‘급각체(急脚遞)’라는 특급우편이 조선의 보발에 해당되는 듯하다. 급각체 우편 전달력도 하루 400~500리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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