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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해임한 '독불장군' 네타냐후… 국내외 비판에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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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해임한 '독불장군' 네타냐후… 국내외 비판에 '진퇴양난'

입력
2023.03.27 19:30
수정
2023.03.2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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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중단' 요구한 장관 해임... 민심 폭발
대학·노조·의료계 반발... 대통령도 '중단' 촉구
네타냐후, 비상대책회의 소집... 입장 발표할 듯

26일 해임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모습.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26일 해임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모습.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자신에게 반기를 든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그동안 사태를 관망하던 대학과 노동·의료계에서 분노가 폭발한 것은 물론, 정권 내부와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에서조차 우려와 경고를 쏟아낸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은 상황 악화에 네타냐후 총리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법 정비'라고 주장했던 사법부 개혁 입법 작업을 이어갈지, 시민사회의 '사법 무력화' 비판을 수용하고 일단 중단할지, 정권의 운명을 가를 중대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다.

성난 시위대, 네타냐후 관저로 돌격하기도

2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고속도로 가운데 지점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혁'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2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고속도로 가운데 지점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혁'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26일(현지시간) AP통신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특별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일방적 발표였다. 외신들은 갈란트 장관의 경질과 관련, 전날 그가 했던 대국민 연설이 결정타였다고 전했다. 갈란트 장관은 생방송 TV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정비' 작업에 따른 사회 분열이 국가안보에 즉각적이고 실재하는 위협이 됐다"며 "이스라엘의 아들과 딸을 위해 입법 절차를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권 여당 리쿠르당 출신인 갈란트 장관은 사법 개혁 추진 초기부터 네타냐후 총리와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 왔다. '사법 정비가 아니라 사법 무력화'라며 훈련과 복무를 거부한 예비군들을 징계하거나 막지 않아 총리실에서 수차례 경고도 받았다. 25일 대국민 연설도 당초 23일 발표하려 했던 내용이었는데 네타냐후 총리의 만류에 따라 보류했다가,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자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운털 박힌' 갈란트 장관의 해임 소식은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12주차를 맞은 '사법 개혁 반대' 주말 집회 현장에는 수만 명의 시민이 모여 대형 모닥불을 피우는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했다. 시위 여파로 이날 이스라엘 벤구리온 국제공항도 이착륙이 중단됐다. 시위대 수천 명은 네타냐후 총리 관저로 돌격하기도 했다. 놀란 경찰은 물대포로 이들을 간신히 막아냈다.

대학가도 이날 휴교를 선언하며 네타냐후 총리한테 완전히 등을 돌렸다. 다니엘 차모비츠 벤구리온대학교 총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장관 해임 전후의) 3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지켜보면서 이제 우리(대학)가 맞서야 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노동계와 의료계, 외교관들도 가세했다. 이스라엘 최대 노동단체인 히스트라두트(노동자 총연맹) 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총파업 투쟁을 선언했다. 의사연합 역시 "사법 정비 입법을 중단하지 않으면 28일부터 의료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정권을 압박했다. 같은 날 오후 해외 주재 이스라엘 공관 소속 외교관들까지 파업에 동참했다.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대변인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범여권 원로, 미국도 비판… 27일 긴급회의 결과 주목

27일 이스라엘 경찰이 텔아비브에서 사법 개혁 입법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27일 이스라엘 경찰이 텔아비브에서 사법 개혁 입법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심지어 정권 내부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일방적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권과의 중재협상에 앞장섰던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국민의 통합과 책임을 위해 입법 절차를 즉각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범여권 원로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등도 공동성명을 통해 "국가안보를 정치 게임 카드로 사용한 네타냐후는 오늘 '레드 라인'을 넘어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마저 지난 19일에 이어 또다시 경고 신호를 보냈다. 애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이스라엘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가능한 한빨리 타협점을 찾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화들짝 놀란 네타냐후 총리는 27일 오전 대책 논의를 위해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주요 각료와 여권 인사들이 모인 회의에선 '사법 정비 작업 중단' 필요성을 강조한 온건파와 '입법 절차 강행'을 요구한 강경파가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경파의 반대가 극심해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입장 발표를 연기한 뒤 5시간 넘게 침묵을 지켰다. 대신 오후 2시쯤 사법 개혁에 대한 입장을 쏙 뺀 채 "우파와 좌파 모두 책임감 있게, 폭력적인 행동을 삼가라"며 시위대를 나무라는 트윗을 올린 게 전부였다.

당초 네타냐후 총리 측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개혁 정비 법안을 다음 달 5일 전에 무조건 통과시킬 계획이었으나, 거센 반대 여론에 밀려 '중단 선언'을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재호 기자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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