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용한 온라인 코딩 교육 시스템 개발...1,000개 이상 기업 사용
AI 반도체도 교육에 도입 예정
2015년 AI를 이용해 코딩 교육을 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 엘리스를 창업한 김재원(37) 대표는 미국 오픈AI에서 내놓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요즘 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AI 강연을 위해 가장 많이 찾는 AI 전문가다. 오죽하면 거절하는 것이 일일 정도로 강의가 몰린다.
김 대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범상치 않은 이력과 특이한 사업 덕분이다. 서울 아차산로에 위치한 엘리스 교육장에서 그를 만났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세계적 IT 기업들에서 인턴 근무
김 대표는 캐나다 대학의 전자공학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애플, 엔비디아, ATI 등 AI로 유명한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에서 인턴을 했다. "워털루대학은 방학이 없어요. 방학 기간에 의무적으로 인턴을 하죠. 90명 정원 중 절반 이하인 40명만 졸업할 정도로 혹독하게 공부를 시켜요. 인턴을 하려고 대학 1학년 때부터 100개 이상 기업에 이력서를 돌렸죠."
덕분에 그는 졸업 전 엔비디아 취업이 결정됐으나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때문에 무산됐다. 대신 캐나다 이동통신업체 텔러스에 입사해 2012년까지 일했다. 퇴사 후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AI 자연어 처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 교환교수로 떠난 지도 교수를 따라 갔다가 창업으로 연결되는 결정적 경험을 했다. "하버드대에서 8개월간 지도 교수의 연구를 도왔어요. 당시 연구 주제가 대규모 코딩(소프트웨어 개발) 교육 방법이었죠. 그때 하버드대가 터미널닷컴이라는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코딩 실습하는 것을 봤어요."
그는 카이스트로 돌아와 조교를 하며 미국 경험을 바탕으로 코딩 교육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카이스트는 전교생들이 반드시 코딩 교육을 받아요. 그런데 종이에 손으로 답을 써서 제출하는 방식으로 코딩 시험을 봤어요. 조교가 이를 보고 풀이 과정을 상상해 채점을 했죠. 그러니 학생들의 풀이 과정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채점이 힘들었죠. 이를 대체할 코딩 교육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수업에 적용했어요."
교수들 반대 무릅쓰고 코딩 교육용 AI 도입
그가 만든 코딩 교육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AI를 이용한 자동 채점과 부정 행위 탐지다. "문제를 푸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점수를 받아요. 이 부분을 AI가 자동 파악해 채점하도록 개발했죠. 또 한 학기당 수강생 600명 중 10%가량이 숙제를 베끼는 등 부정 행위를 저질렀는데 AI가 이를 판별해요. 그만큼 사람의 수고를 덜게 됐죠."
그가 개발한 코딩 교육용 소프트웨어는 지금도 카이스트에서 사용료를 내고 쓰고 있다. 이를 토대로 그는 2015년 같은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들과 엘리스를 창업했다. "사명은 서버 이름에서 따왔어요."
하지만 순탄한 출발은 아니었다. "교수들은 조교 시키면 되는데 왜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냐며 반발이 컸어요. 컴퓨터에서 시험을 치르면 학생들이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했죠. 그래서 중간에 도입이 취소될 뻔했는데 조교들이 반발해 성사됐죠."
과태료 내며 사업 배워
회사 운영은 더 어려웠다. "재무제표도 모르면서 창업을 했어요. 그 바람에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해 숱하게 과태료를 내며 경영을 배웠죠."
심지어 직원들을 위해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도입한 것도 과태료를 냈다. "스톡옵션을 회사 정관에 명시하고 세무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데 비용이 제일 싼 법무사를 썼더니 신고를 누락해 두 번이나 과태료를 냈어요. 과태료 내면서 배운 것들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아요."
우여곡절을 겪느라 2년 동안 아예 매출이 없었다. "매출이 나지 않아 2년간 월급을 전혀 받지 않았어요. 할 수 없이 창업경진대회 등에 나가서 받은 1등 상금으로 회사를 운영했죠."
결국 매출을 내기 위해 AI를 이용한 일반인 대상의 온라인 코딩 교육을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긴 구글의 AI '알파고' 덕분에 대박이 났다. "1인당 10만 원씩 받고 온라인 코딩 교육을 시작했는데 하루 만에 400명이 몰리며 완판됐어요. 첫 교육에서 수천만 원 매출이 발생했죠."
20대 대기업 중 19개사 이용
그는 매출을 늘리려고 기업을 대상(B2B)으로 온라인 코딩 교육 사업을 확대했다. "기업들은 자회사와 자체 연수원에서 직원들에게 코딩 교육을 해봤지만 대부분 실패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기업들이 늘었죠."
이때 김 대표는 다른 접근법으로 기업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진행률만 강조한 다른 코딩 교육업체와 달리 수강생이 교육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둔 이수율에 집중했다. "진행률만 강조하면 수강생들이 온라인 교육을 켜놓고 다른 짓을 해요.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수강생이 시험에서 몇 점 이상 받는지 이수율을 따졌고 높은 점수가 나오도록 기능을 개선했어요. 기업들도 이 부분에 공감했죠."
덕분에 B2B 비중이 전체 사업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올라갔다. "누적으로 기업 고객이 1,000개 이상, 교육생은 40만 명이 넘어요. SK, 현대자동차, LG 등 20대 대기업 중 19개 기업이 고객사죠. 국방부에서도 군 장병의 코딩 교육을, 보건복지부는 의대 교수들의 코딩 교육을 위탁할 정도로 정부 쪽에서도 교육 의뢰가 많아요."
100개 넘는 교육 과정 마련
사명과 동일한 코딩 교육 시스템 '엘리스'는 인터넷에 소프트웨어와 자료를 저장해 놓고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클라우드 방식이다. "핵심인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자동 채점하는 AI 기능과 관련해 AI 알고리즘 논문을 15편 이상 국제컴퓨터학회(ACM) 등 권위있는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어요."
특히 이용자들이 지치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한 달 단위 패키지로 만들었다. "수개월짜리 과정은 수강생들이 지쳐서 끝까지 듣기 힘들어요. 그래서 모든 과정을 월 단위로 쪼갠 패키지를 만들었죠. 이 중에서 필요한 과정을 기업들이 자유롭게 골라 교육 내용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어요."
교육 과정은 자그마치 100개가 넘는다. "실무에 필요한 내용을 실습 위주로 배울 수 있도록 했죠. 블록체인 등 특강 과정도 온라인에서 퀴즈를 풀며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요. '파이썬 300' 등 문제집 풀이 과정도 있죠."
아예 특정 기업에 맞춰 개발한 특화 교육도 있다. "SK에 이동통신장비의 이상 징후, D램 반도체 내부의 파형 예측 등 계열사 사업 관련 내용들을 교육 과정으로 만들어 제공해요."
애플의 최대 고객이 되다
엘리스는 미국 애플의 국내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 성수동과 부산에 고용노동부와 함께 오프라인 교육 실습장 엘리스랩을 마련하면서 고가의 애플 맥컴퓨터를 190대 이상 도입했다. "성수동 90대, 부산 100대 등 총 190대 이상의 맥컴퓨터를 들여 왔어요. 서울 강남쪽에도 교육센터 확장을 검토 중입니다."
실습장을 만든 이유는 교육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온라인으로 교육받은 뒤 오프라인 실습장에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사회 공헌 차원에서 매주 토요일 초중고생들을 위한 코딩 교육도 실습장에서 무료 제공해요."
교육 효과 확대를 위해 '엘리스 웍스'라는 채용 서비스도 하고 있다. "정부의 코딩 교육 목표는 채용 확대죠. 이를 위해 수강생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채용 정보를 알려주는 사업을 하죠. 채용 정보와 교육생 실력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도록 지난해 만들었어요."
온라인 교육에 AI 반도체 도입 예정
매출은 2021년 11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을 예상한다. 영업이익은 공개하지 않았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지 4년 됐어요. 매년 흑자가 나죠."
투자는 네이버, 카이스트, 알토스, 삼성벤처투자, 산업은행 등에서 누적으로 135억 원을 받았다. 흑자가 나고 있어 추가 투자는 받지 않을 계획이다. 직원은 현재 110명. 이 가운데 40%가량이 개발자다.
앞으로 김 대표는 온라인 코딩 교육에 AI 반도체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AI 반도체를 공급받기로 했다. "퓨리오사가 AI 반도체를 개발하면 거기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엘리스가 개발해 온라인 교육 등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퓨리오사에서 AI 반도체를 양산하는 대로 연내 도입할 계획이죠."
또 교육부와 협의해 AI를 가르치는 디지털 교과서도 개발 중이다. "상반기에 디지털 교과서가 완성되면 필요한 학교에서 가져다 쓸 수 있어요."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미국 시애틀에 법인을 설립했어요. 미국 실정에 맞는 온라인 AI 코딩 교육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미국 초등생부터 대학생까지 겨냥한 교육 과정을 준비 중이죠. 장기적으로 동남아시아에서도 성인 대상의 온라인 코딩 교육을 할 계획입니다. 대학에 가기 힘든 동남아 개발자 양성이 목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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