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문 자원 활용한 생태녹색관광지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봄을 맞을 수 있을까요? 작년 겨울 떠난 분이 얼마나 보고 싶어한 봄이었나 생각하면, 정말로 소중한 봄이죠.” 벚꽃이 시내를 온통 화사하게 밝힌 지난 23일 장복산 기슭 진해문화센터에선 시민과 여행자를 위한 특별한 강연이 열렸다.
‘진해 경화역에 내린 별빛 생태인문학 향연’ 강사로 참석한 정호승 시인은 대표작 ‘봄길’을 스크린에 띄워 놓고 ‘누구나 시인이다’라고 했다. “’올해도 기분 나쁘게 꽃이 피었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들 마음속에는 근본적으로 아름다움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 풀이는 자연스럽게 인생 이야기로 옮아갔다. “돌이켜보면 결국 우리 모두는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살아왔을 겁니다. ‘봄길’을 통해 현실이 아무리 절망적이라 해도, 인생의 어느 지점에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로 시작하는 ‘봄길’은 ‘이별노래’와 함께 2021년 작고한 가수 이동원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졌다. 시인의 또 다른 작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김원중의 목소리로 선율을 탔다. 이동원과 김원중의 노래가 봄날의 시처럼 강연장에 잔잔하게 울려퍼졌다. 그저 좋은 풍경만 보고 오는 여행이 명사와의 만남으로 오래 기억될 추억으로 남게 됐다.
여행자들에게 진해에 대한 이해를 더해줄 인문학 향연은 4월 김남희 여행작가의 ‘기차여행의 즐거움과 진해 경화역’, 5월 최태성 역사 강사의 ‘진해는 어떻게 최초의 근대 계획도시가 되었나’, 나태주 시인의 ‘내 고향 남쪽 바다’로 이어진다. 강연과 별도로 경화역 철길야행과 음악회, 해설사가 동행해 진해의 근대 유적을 둘러보는 2시간짜리 인문학 투어도 진행된다. 상세 내용은 창원시관광협의회(055-245-6500)로 문의.
강연의 주무대인 경화역은 진해를 대표하는 벚꽃 명소다. 일제강점기 계획도시 건설로 쫓겨난 주민들이 터를 잡은 곳으로, 진해 주민의 삶과 애환이 녹아 있다. 선로만 남아 있는 경화역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됐다. 기관차를 포함해 3량의 객차는 경화역과 관련한 추억 전시장으로 꾸며졌고, 역 건물을 재현한 승강장에는 사계절 벚꽃 그림이 화사하게 피었다. 이달 말까지 경화역을 방문한 후 엽서에 3행시를 적어 현장 우체통에 넣으면 소정의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진해 인문학 향연은 한국관광공사의 생태녹색관광 사업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 고유의 생태 자원에 인문학적 해석과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여행 프로그램이다. 국비와 지방비를 5:5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7곳을 비롯해 지금까지 전국 64곳에서 열렸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충북 제천 수산면은 ‘측백 생태숲과 함께하는 인문기행’을 운영한다. 마을의 자연 자원인 두무산 측백나무 숲길을 거닐고 슬로푸드 도시락을 즐기는 힐링 프로그램이다. 단양8경과 제천10경에 동시에 올라 있는 옥순봉 아래 청풍호에서 즐기는 카누·카약 타기도 운영한다. 수산슬로시티협의회(043-642-8311)로 문의.
남원 운봉읍 서어나무숲에서 열리는 ‘숲멍피크닉’도 색다른 체험이다. 5~11월 목·금·토요일 행정리 마을의 자랑인 아름드리 서어나무숲에서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들으며 지역 농산물로 조리한 도시락과 함께 소풍을 즐기는 방식이다. 문화예술조합 섬진강(seomjingang.co.kr, 063-636-1855)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외에 서천의 ‘휴일N 놀러와유(遊)’, 여수의 ‘싸목싸목 낭만 낭도’, 보성의 ‘보성 물들茶’, 대구의 ‘달서 습지여행’, 부산의 ‘낙동강 감동포구 생태여행’, 강릉의 ‘가시연꽃이 피었습니다’, 밀양의 ‘꽃구름 둥둥 위양생태마실’ 등도 한국관광공사에서 추천하는 생태녹색관광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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