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당국,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고소
사실상 미국 시장 퇴출 추진...바이낸스, 혐의 부인
미국 금융불안에 가상화폐 시장 커지자 규제 나서
바이낸스, '미국 시장 사수' 위해 노력할지는 미지수
미국 금융당국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규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본격적 규제의 칼을 뽑아 든 것이다. 세계 3위권 거래소 FTX의 파산과 '테라-루나' 몰락으로 가상화폐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는데도, 최근 미국 중소형 은행 붕괴 사태로 뭉칫돈이 다시 가상화폐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등 관련 시장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규제당국은 이에 더해 바이낸스의 미국 시장 퇴출도 추진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규정 위반 혐의를 부인하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규제 당국 몰래 뒷돈 챙겼다" 바이낸스 고소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파생상품 등에 관한 규정 위반 혐의로 바이낸스와 이 회사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를 시카고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미 연방법은 미국인이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해 관련 기관에 등록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바이낸스는 이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게 소송 제기의 이유다. 실제 CFTC가 제출한 소장을 보면, 바이낸스는 미국 고객에게 페이퍼컴퍼니 이름으로 바이낸스 계정을 개설하도록 하거나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하도록 안내했다.
특히 CFTC가 확보한 2020년 8월 바이낸스 문서에도 불법 정황이 담겨 있다. 바이낸스는 파생 상품 거래에서 6,300만 달러(약 818억 원)의 수수료를 챙겼고, 이 파생상품 계정의 16%는 미국인 소유로 확인됐다. 바이낸스가 미 규제당국 눈을 피해, 은밀한 수법으로 미국인들한테서 수수료를 챙겼다고 의심할 만한 내용이다.
CFTC는 바이낸스의 불법 거래 수익 몰수는 물론, 이번 소송을 통해 바이낸스가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마디로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낸스 "미국이 가짜 뉴스로 공격"... 비트코인 한때 급락
바이낸스는 "실망스러운 조치"라며 즉각 반발했다. 자오창펑 CEO도 자신의 트위터에 숫자 '4'를 남기며 대응했다. 자오창펑은 연초 '올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리해 트위터에 공개했는데, 이중 네 번째 목록은 '가짜뉴스와 공격을 무시하라'는 것이었다. 미 당국이 가짜뉴스로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우회적 비판인 셈이다. 바이낸스 대변인도 "지난 2년간 미국 사용자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활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해 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가상화폐 업계는 최근의 미국 중소형 은행 파산 사태의 불똥을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FTX 파산과 루나-테라 몰락으로 가상 자산이 무려 2조 원어치나 증발했는데, 미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대규모 자금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다시 이동하면서 위험성이 커진 데 따른 여파라는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러시아와 이란 등에 대한 미국의 금융 규제를 피하는 통로로 활용되는 것도 미 당국이 단속에 나서게 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다만 바이낸스의 혐의 내용 부인에도 불구, 미 규제당국과 정면 대결을 펼치며 '미국 시장 사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바이낸스는 암호화폐 현물 시장 거래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거래소지만, 미국 시장 점유율은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절반에 그치는 등 미미하다. 다만 FTX 파산으로 사실상 무주공산이 된 미국 시장에서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바이낸스가 미국 외 시장에선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미 당국의 고소 소식이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모습이다. 바이낸스 피소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급락하며 지난 23일 이후 처음으로 2만7,000달러선이 붕괴됐지만, 이내 충격을 흡수하며 다시 2만7,000달러선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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