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에너지 요금 인상 최적기지만
"서민 부담 최소화" 대통령 지시에 고민
정부가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이번 주 함께 발표한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의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서민 부담 최소화" 지시에 관계 부처들이 깊이 고민하면서 최종 요금안 발표는 시한 마지막 날인 31일에 하는 방안이 유력해졌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시에 발표되며 시기는 주 후반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에너지요금 관련 논의를 하고 있지만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며 "후속 절차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기요금의 경우 부처 협의를 거쳐 한전 이사회 승인, 외부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한전은 이날까지 전기위원회는 물론 이사회 회의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기위원회 개최 자체가 전기료 변동, 즉 인상을 시사하기 때문에 정부가 최종 고심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분기 전기료를 올리지 않는다면 전기위원회를 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2분기 전기료를 안 올리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보통 전기료 인상을 결정하기 2, 3일 전 전기위원회 개최가 결정됐다.
전기료 1% 올리면 소비자물가 0.015%P올라
요금 발표가 미뤄지는 건 전기료 인상 폭의 핵심인 기준 연료비를 두고 정부 부처끼리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산업부는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 2026년까지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기준연료비 45.3원 △기후환경요금 1.3원 △연료비 조정단가 5원이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역대 최고액인 kWh당 13.1원(9.5%)을 올렸는데 나머지 세 번의 분기별 요금 조정에서도 비슷한 폭으로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해당 보고에서 "분기별 균등 분산해 요금을 올릴 경우 영업이익은 1조3,000억 원 적자에 사채한도를 다섯 배 안으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에너지 요금 인상 속도 조절'을 주문한 데다, 물가 상승 전망이 이어지면서 기획재정부는 요금 동결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전기요금 1%를 조정하면 소비자 물가는 0.0155%포인트, 생산자 물가는 0.032%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료가 1분기와 비슷한 비율로 오르면 소비자 물가가 0.15%포인트 정도 오르는 셈이다.
민수용(주택용) 가스요금도 2분기 인상 여부와 폭을 확정하지 못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며 미수금(손실액)이 2021년 1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8조6,000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요금을 동결하며 누적 미수금이 1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가스공사가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 미수금을 2026년까지 회수하기 위해서는 메가줄(MJ)당 연간 10.4원(분기당 2.6원), 2027년까지 회수하기 위해서는 MJ당 연간 8.4원(분기당 2.1원)을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서울 주택용 가스 요금이 MJ당 19.69원인 점을 감안하면 2분기에 10~13%를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가스 사용량이 적은 2, 3분기가 요금인상 최적기라는 점을 꼽으며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2분기 에너지요금 결정을 앞두고 에너지공기업의 주주총회가 잇따라 열린다. 한전은 이날 전남 나주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지난해 재무제표와 사외이사 보수 등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연료비 등 원가 변동요인을 요금에 충실히 반영하고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병행해 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도 29일 대구 본사에서 주총을 열고 새 경영진을 선임한다. 최연혜 사장이 추천한 신임 사내이사 후보자는 임종순 가스공사 성과관리 자문위원의 선임 건이 상정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 본사에서 주총을 연다. 이사의 보수 한도를 소폭 올리는 안건을 상정한다.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김좌열 전 태우건설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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