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VS 네·카·토]
예적금·대출·보험 비교도 플랫폼서
금융회사, 플랫폼업체 수수료 갈등
보험사·플랫폼 싸움, 생존권도 결부
1,000조 원 규모 '쩐의 전쟁'이 시작된다. 풀어 쓰면 금융회사와 플랫폼업체의 수수료 전쟁이다. 금융회사만 팔아 왔던 대출·예적금·자동차보험 등 생활 밀접 금융상품이 올해부터 플랫폼업체를 통해 출시되면서 얽히고설킨 전장을 살펴봤다.
"우리만 차별" vs "오히려 저렴"
출시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대환대출 플랫폼은 여전히 전투를 치르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온라인·원스톱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로, 당국은 연내 주택담보대출까지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즉 1,0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시장에 '머니무브'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수수료가 1%라면 그 규모만 10조 원에 달한다. 금융회사들이 수수료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장의 한 축은 중개수수료다. 플랫폼업체는 고객 접점이 부족한 2금융권을 대신해 고객을 끌어오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플랫폼업체는 시중은행에는 0.3% 안팎의 수수료를 요구한 반면, 2금융권에는 1.5% 안팎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5,000만 원 대출 시 수수료 차이만 60만 원에 달한다.
2금융권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2금융권 고객의 부실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 부담은 플랫폼업체가 아닌 금융회사가 짊어진다"며 "1·2금융권 수수료를 다르게 책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업체들은 시장원리에 의한 차등 가격이라고 반박한다. 2금융권과 달리 시중은행은 거래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각 점포에서 고객 모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대출모집인에게 주는 수수료보다 플랫폼이 1%포인트 저렴하다"고 말했다.
"너무 비싸" vs "15원이 적당"
전장의 다른 축은 조회수수료다. 여기선 반대로 플랫폼업체들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고객이 대환대출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금융회사는 중도상환수수료 정보 등을 제공한 대가로 플랫폼업체로부터 조회수수료를 받는다. 조회수수료는 대출 실행 여부와 상관없이 지급된다. 만약 A은행과 B은행에 대출이 있는 고객이 대환 조회를 한다면 두 은행에 각각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수수료로 조회 건당 15원을 요구했다. 일부 금융회사는 50원을 부르기도 했다. 오픈뱅킹으로 건당 3원을 받고 있지만, 대환대출은 중도상환수수료 정보 제공 등 품이 더 든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일부 중소형 플랫폼업체는 수수료가 비싸면 사업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2~3% 적당" vs "10%는 줘야"
전투가 가장 치열한 곳은 보험비교 플랫폼이다. 갈등의 중심은 역시나 수수료다. 보험사들이 상품을 플랫폼에 올린 뒤 소비자가 상품을 가입하면, 보험사는 소비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의 일부를 플랫폼업체에 지불하게 된다.
현재 보험사는 2~3%대 수수료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네이버쇼핑 등 기존 유통 플랫폼의 판매수수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플랫폼이 상품을 중개하고 판매수수료를 챙기는 구조와 동일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플랫폼업체들은 10%대를 주장하고 있다.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금융 상품과 일반 상품은 전혀 다르고, 보험사들이 그간 포털 광고비로 지불한 수수료가 10%대였기 때문에 그 수준에 맞추는 게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갈등을 더 깊게 파고들면 전투는 한층 복잡해진다.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사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형사들(삼성·현대·DB·KB)의 시장점유율은 84.9%에 달한다. 대형사들은 갱신이 간편해질 경우 기존 고객을 잃을 수 있기에 비교 플랫폼 도입이 달갑지 않다. 반면 일부 중소형사들은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이번 기회를 틈타 고객 접점을 늘릴 수 있다면 오히려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보험설계사들의 생존권이다. 자동차보험은 약관이 단순하고 1년마다 갱신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중물 상품 역할을 해왔다. 게다가 오프라인 가입 비중은 이미 2017년 64.5%에서 지난해 52.2%까지 추락한 상태다. 오상훈 보험영업인노동조합연대 공동의장은 "45만 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금비교 플랫폼은 평화롭다?
다행히 예적금비교 플랫폼은 뚜렷한 전선이 형성되지 않았다. 금융회사가 예적금 상품을 플랫폼에 납품하고 가입으로 이어지면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형태는 같다. 그러나 예적금 상품은 한도·신용등급까지 고려해야 하는 대출 상품과 달리, 오직 예금금리로 좌우되기 때문에 수수료가 발생할 경우 예금금리가 깎여 플랫폼 이용 자체의 실효성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플랫폼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업권 간 갈등을 시장원리에 맡기되 공정성 이슈에 대해선 당국이 대비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핀테크 전문가인 이준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수수료 문제는 기본적으로 제조업자(금융회사)와 유통업자(플랫폼업체) 간의 사적 갈등이기에 당국이 개입하기는 힘들다"며 "진통은 있을 수 있지만 시장원리에 따른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뒤탈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에 맡기면서 지위를 남용한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편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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