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재판 증언 나선 남욱 측근인 자금 전달책
"남욱, 대장동 의혹 커지니 돈 전달 메모 지시"
김용 측, 메모 진위 지적... "상식적 이해 안 돼"
검찰이 확보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된 불법 정치자금 지급 시기와 금액이 적힌 이른바 'Lee list(Golf)' 메모의 작성 배경과 내용에 대한 구체적 진술이 법정에서 나왔다. 남 변호사가 측근인 이모씨에게 자금 전달을 지시한 뒤 '목숨줄'이라며 메모 작성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유동규 기억에 맞춘 것"이라며 메모의 신빙성을 깎아내렸다.
남 변호사 측근 이씨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씨는 2021년 4~8월 남 변호사 등이 조성한 8억4,700만 원을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에게 전달하고 'Lee list(Golf)' 메모를 작성했다고 한다. 검찰은 정 전 팀장이 받은 돈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거쳐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메모 작성 이유에 대해 "남 변호사 지시"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남 변호사가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논란이 커지자 전화를 걸어 '정 전 팀장에게 현금을 전달했던 날짜, 자금(규모), 조성 방법을 기억나는 대로 최대한 메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남 변호사가 (메모를) '목숨줄'이라고 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 현금으로 8억이 넘게 건너갔으니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씨는 메모에 적힌 숫자들 의미도 설명했다. 메모 상단에는 △4/25 1 △5/31 5 △6 1 △8/2 14300 등 날짜와 숫자가 기재돼 있고, 하단에는 △신 4350 △5000 등이 적혀 있다. 이씨는 "상단은 정 전 팀장에게 돈을 전달한 일시와 금액이고 하단은 현금 조성 내역"이라며 "제 이름이 이○○이고 현금 내역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Lee list'라고 썼다"고 밝혔다.
이씨는 돈을 전달한 과정도 진술했다. 그는 '2021년 4월 25일 1억 원' 전달에 대해 "정 전 팀장이 1억 원이 정확하게 들어가는 (황제침향원) 상자를 보고 '신기하다'고 했다"며 "나도 (상자에 든 게) 현금이 아니라는 뉘앙스로 '약입니다'라고 농담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6월 '5억 원' 전달에 대해서도 "정 전 팀장 주거지 지하주차장에서 1억 원씩 담긴 골판지 상자 5개가 있는 보스턴백을 전달했다"고 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 전 부원장 변호인은 "정 전 팀장에게 5월에 돈을 못 준 걸 기억하면서 '5월 31일 5억 원'을 메모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유동규 기억에 메모를 맞추려 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씨가 증언 도중 5억 원 전달 시점으로 메모 내용(5월 31일)과 다른 일자(6월 6일)를 언급하자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씨는 "정 전 팀장이 자금을 주로 말일에 요구해서 그렇게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통화기록도 도마에 올랐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이씨가 4월 27일 정 전 팀장과 수차례 장시간 통화한 사실을 토대로 1억 원을 전달한 날짜가 25일이 아닌 27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그러나 "27일은 역삼동 토지 잔금을 치르는 날이었고 통화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씨는 관련 토지 잔금 관련 매매계약서를 향후 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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