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채소에서 녹조 독소 검출됐다”
반복되는 환경단체 발표에 소비자 불안
문제없다는 정부… 누굴 믿어야 하나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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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생산된 일부 쌀에 녹조 독소가 들어 있다는 환경단체 조사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작년에도 비슷한 결과가 발표됐고, 재작년엔 쌀 말고 상추에서 같은 독소가 나왔다고 했다. 쌀과 상추 같은 농산물이 정말 오염됐다면 심각한 일이다. 유통 구조상 특정 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번번이 큰일 아니라는 설명만 되풀이하며 넘겼다. 올해도 아무 일 없듯 지나가선 안 될 일이다. 매일 우리 밥상에 오르는 먹거리 아닌가.
2021년 여름 환경운동연합과 부경대 연구진은 녹조가 발생한 낙동강 물을 가져다 수경재배 장치에 채우고 상추를 키웠다. 그 상추의 성분을 분석했더니 잎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녹조 강물에 많은 시아노박테리아(남세균)가 만들어내는 유해 성분이다. 분석이 정확했다면 강물에 있던 마이크로시스틴이 농작물로 흡수됐다고 추정할 수 있을 텐데, 당시 정부는 그럴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 질의응답 사이트에 있었다는 ‘과일과 채소의 독소 흡수 기작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란 문구가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이듬해 봄에도 환경운동연합은 낙동강과 금강 인근에서 생산된 쌀, 배추,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현지 농가에서 구입한 농산물을 효소면역측정법으로 분석한 결과였는데, 정부는 분석기법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효소면역측정법은 마이크로시스틴이 가진 특정 화학구조에 결합하는 효소를 측정해 마이크로시스틴이 있는지 판단한다. 녹조와 관계없는 다른 물질에 유사한 구조가 있어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계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른 방법으로 분석했다며 올 초 결과를 내놨다. 쌀, 무, 배추 어디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료 속 마이크로시스틴을 분리해 정량하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을 썼다고 했다. 그런데 분석용 농산물을 녹조 우려 지역의 미곡종합처리장, 전국 마트에서 구입했다. 재배할 때 녹조 강물이 이용됐는지 확인이 어려운 시료를 굳이 사용한 이유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보편적으로 유통되는 쌀이 오염됐는지를 확인해야 해서”란 이유를 들었다.
두 달 뒤 환경운동연합은 식약처와 같은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란 듯 발표했다. 낙동강과 영산강 23개 지점에서 생산된 쌀 중 7개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했다. 정부와 환경단체가 각기 다른 시료로 한 분석을 앞세워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으니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환경단체는 농산물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을 미국 캘리포니아주나 프랑스의 섭취 허용량 기준과 비교해 생식 독성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데, 정부 설명에 따르면 해당 기준을 적용해도 될지 검증이 필요하다. 어느 쪽을 믿어야 하나.
녹조 독소 성분이 농산물과 인체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건 쉽지 않다. 남세균은 물속에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는다. 깊이나 바람 방향 등에 따라 농도가 달라 어떻게 채수하고 어떻게 공급하느냐에 따라 데이터가 차이 날 수 있다. 농작물을 어디서 가져다 어느 부분을 시료로 쓰는지도 실험에 영향을 미친다. 일회성 말고 장기간 분석 역시 필요하다. 한 녹조 연구자는 “원하는 데이터가 나오도록 설계하고 입맛에 맞는 결과를 취사선택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을 끝낼 방법은 명확하다. 정부와 환경단체, 전문가가 함께 공개적으로 조사하면 된다. 다행히 그럴 움직임은 보인다. 올여름 녹조 피는 시기에 조사를 시작하려면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그런데 조사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올해는 꼭 결론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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