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북한인권보고서’가 30일 공개됐다. 북한 내부에서 벌어진 공개처형, 생체실험, 강제낙태 및 아기 살해 등 참혹한 인권유린 실태를 다룬 정부의 첫 공식 보고서라 의미가 크다. 201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지 7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맞춰 북한 인권 실상을 적극 알리며 국제사회 연대 및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어서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통일부가 공개한 보고서는 450쪽 분량으로 최근 6년간(2017~2022년) 탈북민 3,412명을 면담했을 만큼 방대한 기록물이다. 이 중 1,600개 사례가 소개됐다.
내용은 상상 이상으로 충격적이라 가슴이 떨릴 수준이다. 함흥교화소에선 수감자 목을 밧줄로 묶어 정문 꼭대기에 매달아 놓은 채 총을 3발 쏜 뒤 시체를 향해 다른 수형자들이 돌을 던지게 했다. 북한 형법의 ‘미성년자 및 임신부 사형집행 불가’ 규정과 달리 18세 미만 청소년이, 임신 6개월 여성이 공개처형됐다. 병원이나 관리소에 수용된 지적장애인을 생체실험했다는 증언도 담겼다. 집결소에서 남성 병사 2명이 여성 수감자들을 알몸 상태로 가혹행위를 시키며 몸속 소지품 검사를 하는가 하면, 남성 계호원이 비위생적으로 여성 수감자 자궁검사를 했다는 사례도 적시됐다.
윤 정부가 북한 인권 실상을 대대적으로 공개하고 나선 데 대해 문재인 정부는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문 정부와 민주당은 임기 내내 남북평화 이벤트에 몰두해 북한 인권 언급을 사실상 금기시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에 4년 연속 불참했고,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됐어야 할 북한인권재단은 이사 추천 비협조 등으로 7년째 방치 상태다. 윤 대통령은 28일 “북한 퍼주기는 중단하고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는 단돈 1원도 줄 수 없다”고 통일부에 지시했다. 김정은 정권에 민감한 인권을 거론하고 나섬으로써 한반도 긴장은 계속 피할 수 없게 됐다. 북녘 동포들의 인권 문제만큼은 인류 보편적 가치로, 우리 정부가 손 놓고 있을 수 없음을 북한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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