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작가가 불공정 계약 문제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창작자를 죽이고 문화산업을 병들게 하는 불공정 계약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고 이우영작가사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출판·캐릭터 업체가 15년간 ‘검정고무신’ 캐릭터로 77가지 사업을 하는 동안 고인은 고작 1,200만 원을 받았다. 4,400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그림책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도 모든 권리를 출판사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어 1,850만 원을 받은 게 전부였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작가들 스스로 그런 계약을 맺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협상력이 부족한 작가들을 압박해 일정 금액에 저작권 전부를 넘기는 ‘매절 계약’ 유도가 횡행한다. 이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사용했다가 도리어 업체로부터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작가가 생전에 업체와 맺은 계약이 예술인권리보장법에 위반되는지 조사에 착수하고, ‘제2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창작자 권익 강화를 위한 법·제도 장치를 강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웹툰 등 문화시장 확대로 창작자 권리보호 요구는 더욱 커졌지만, 정부 대책은 뒷전이었다. 지난해 말 문체부가 내놓은 만화계 표준계약서 초안은 제작사가 만화 제작에 일부라도 관여하면 저작권 일부를 인정하도록 해서 오히려 저작권을 손쉽게 빼앗을 수 있도록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무엇보다 창작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
국회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지식재산권 양도 강제나 무상양수 등 금지행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저작물 수익이 계약 당시보다 현저히 많은 경우 저작자가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더 이상 소중한 창작자를 잃고 가슴을 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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