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치 나선 '2030 엑스포' 중간 판세 짚어보니
"초반 열세였지만 최근 분위기 반전"... 2일부터 실사
“사우디 오일머니가 통할 국가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 승산 있는 게임이다.”
정부 당국자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부산이 지난해 9월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나설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사우디의 오일머니 공세에 밀려 '끝난 게임'이라고 보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7개월, 기업과 정부가 총력전으로 달려들면서 구도가 변하고 있다. 승부는 11월 투표에서 갈린다. 2일부터 시작되는 세계국제박람회기구(BIE)의 실사를 앞두고 중간 판세를 짚어봤다.
2030 엑스포 후보지는 부산을 포함해 사우디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다. 일찌감치 선거전에 뛰어든 사우디는 돈을 앞세워 공세적으로 BIE 회원국에 접근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0월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아픔을 딛고 엑스포를 유치한 상징성”을 부각하며 완주를 예고했다.
이에 맞서 우리나라는 △부산의 유리한 입지 △올림픽·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행사 유치 경험 △개발도상국과 협력할 다양한 첨단 기술력 △민주주의·인권·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점을 내세웠다.
당초 판세는 ‘1강·1중·2약’ 구도였다. 사우디가 이슬람협력기구(OIC)와 아프리카연합(AU) 회원국을 집중 공략해 최소 60여 개국이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하면서 초반에는 한참 앞서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꾸준히 추격한 끝에 최근 열린 3차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판을 뒤집을 교두보를 확보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일 한국일보에 “판세는 50대 50으로 보고 있다”며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고, 이번 실사를 통해 역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엑스포 유치위는 특히 현장에서 사우디 오일머니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을 체감했다. AU나 OIC 회원국 중에도 사우디에 비우호적인 국가가 꽤 있고, 사우디가 앞세운 일회성 투자보다 한국의 강점인 기술 협력 등 장기 지원을 선호하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회원국 상당수가 실사단 보고서와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인데, 우리의 전략과 맞아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투표 방식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투표로 결정되는 올림픽과 달리 엑스포는 170여 개 BIE 회원국의 선택에 달렸다. 국가가 크든 작든,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공평하게 1표를 행사하기에 각국의 표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정부가 최근 12표가 달린 카리콤(카리브공동체)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피지, 사모아 등 태평양도서국(11개국) 방문에 공을 들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1월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은 국가가 없으면 최저 득표국을 떨어뜨리고 곧바로 2차 투표를 진행한다. 그래도 3분의 2 이상 얻은 국가가 나오지 않을 경우, 최종 2개국이 남을 때까지 진행하고 마지막 투표에서 많은 표를 얻은 국가가 유치 자격을 얻는다. 4개국이 출사표를 던진 만큼 투표는 최대 3차례 치러질 전망이다. 유치위 관계자는 “3분의 2 득표가 쉽지 않아 1차 투표로 결론 난 적이 거의 없다”며 “최소 2차는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매 투표마다 회원국이 지지국가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 만큼, N차 투표까지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특히 1차 투표에서 서방국이 우크라이나에 동정표를 얼마나 줄지도 관전 포인트다.
무엇보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뚜껑을 열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 사우디에 지지 의사를 표명한 국가들이 실제 투표에서는 마음을 바꿔 한국을 찍을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사우디는 지난해 말 BIE에 공개 투표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무기명 투표는 양날의 검이다.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2010년 엑스포 도전 당시 우리 측 예상보다 20표가 덜 나와 중국 상하이가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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