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로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고 있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면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급격한 기온 변화로 인해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지면서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고 혈전이 생기기 때문이다.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혀 심장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급성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2위일 정도다. 환자가 2020년 3월 3만여 명에서 지난해 3월 3만4,000명 정도 발생하는 등 ‘춘삼월’ 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특히 심근경색은 초기 사망률이 3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고, 중년 남성에게서 잘 나타난다. 남성 환자가 77.5%에 달하고 60대 환자는 30%가 넘는다.
우리 몸속 심혈관계는 춥거나 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것보다 기온 차가 클수록 더 취약하다. 기온 변화에 따라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크면 고혈압ㆍ동맥경화ㆍ이상지질혈증 환자나 고령인은 건강하거나 젊은 사람보다 혈관이 딱딱하고 혈관 벽이 두꺼워 혈압이 더 높아지게 된다.
정혜문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일교차가 큰 요즘에는 갑자기 혈압이 치솟아 심혈관 질환이 악화하거나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심근경색은 가슴 통증이 주요 증상으로 가슴을 쥐어짜듯이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가슴 통증은 호흡곤란과 함께 발생하며, 가슴이 아프지 않고 상복부가 답답하거나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구토ㆍ식은땀ㆍ현기증 등 증상만 보면 소화기 질환으로 오인할 때가 많아 유의해야 한다.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갑자기 쓰러지면 생명을 위협하는 부정맥이 지나가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을 확인한 즉시 병원을 찾으면 사망률이 확연히 떨어진다.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은 30%로 알려져 있는데, 병원 도착 후 사망률은 5~10%로 보고된다. 따라서 평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인지하고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세먼지도 심혈관 질환에 악영향을 미친다. 호흡기를 통해 초미세먼지가 혈관에 들어오면 허혈성 심장 질환과 심부전으로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혈관에 미세먼지가 침투하면 피를 끈적이게 만들어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심ㆍ뇌혈관계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미세먼지가 10μg/m³의 높은 환경에 24시간 이내 단기간 노출돼도 일반 심혈관 질환 사망률의 상대 위험도 0.4~1.0% 증가하며, 특히 당뇨나 비만 등이 동반되거나 고령이라면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심근경색을 예방하려면 평소 혈압이 높으면 정기적인 진료를 받아 자신에게 알맞은 혈압강하제(고혈압 약)를 먹는 게 좋다. 담배와 술은 혈관을 수축하기에 금연ㆍ절주해야 한다.
외출 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실내 온도도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 운동은 가급적 기온이 올라간 뒤에 하고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날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빨리 걷기나 달리기, 줄넘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1주일에 3~4일, 한 번 할 때마다 30~45분씩 하는 게 심장을 튼튼하게 만들고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체중을 감량하고 짜지 않게 먹어야 혈압이 떨어진다.
정혜문 교수는 “응급 심혈관 질환은 치료가 늦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가슴 통증이 10분 이상 지속되거나, 호흡곤란ㆍ식은땀ㆍ구토ㆍ현기증 등이 나타나면 119에 전화해 빨리 치료해야 한다.
심근경색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하면 가장 먼저 심전도 검사와 혈액 검사를 시행한다. 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한다. 박현우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증상이 줄어들고 심전도에서 응급상황이 아니어도 1~2일 안에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하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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