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폭발로 30여명 사상
러시아 "살인" 규정…용의자 여성 검거
'배후' 지목된 우크라 "국내 테러" 강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던 유명 군사 블로거가 2일(현지시간)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에서 일어난 폭발로 숨졌다. 러시아 정부는 1명의 사망자와 최소 30명의 부상자를 낸 이 사건이 해당 블로거를 노린 '계획된 살인'이라면서 용의자를 체포했다.
이날 미국 CNN방송과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 내 카페에서 강력 폭약인 TNT를 쓴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해 여러 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러시아 수사당국 관계자는 "다친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중태에 빠진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폭발로 사망한 사람이 러시아 군사 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타타르스키는 사건 당시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을 지지하는 이들과 함께 행사를 하고 있었다. 50만 명 이상의 독자를 가진 유명 블로거인 그는 우크라이나 출신이지만 러시아가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부르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찬성해 온 인물이다. 지난해 러시아 크렘린궁의 우크라이나 4개 지역 병합 발표에 초대받기도 했다.
CNN은 "러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여성이 타타르스키에게 조각상을 선물했고, 잠시 후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조각상에 폭발을 일으키는 장치가 있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러시아 연방수사국은 26세의 여성 다리야 트레포바를 용의자로 체포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트레포바는 앞서 반전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적 있는 러시아인이라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즉각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하고 나섰다. 러시아 국가반테러위원회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세운 "반부패재단 소속 요원의 도움을 받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에 의해 이번 공격이 계획됐다"고 발표했다. 용의자로 붙잡힌 트레포바가 이 단체의 적극적인 지지자라는 주장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은 테러 행위"라며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연루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국내에서 일어난 정치 테러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거미들이 항아리에서 서로를 잡아먹는 것과 같다"며 "러시아가 국내 정치 투쟁의 도구인 테러 사건으로 소멸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고 했다.
니발니의 측근이자 반부패재단의 이반 즈다노프 소장도 "바보 천치들이 사는 세상 같다. 우리가 그런 범죄를 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것 자체가 바보짓"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정부의 발표가 징역형을 받은 니발니의 수감 기간을 늘리려는 수작이라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라는 형태의 외부의 절대적인 적에 더해 내부적으로 나발니 팀이라는 적도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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